[한나라당 의원총회] "모두가 야당된 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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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최돈웅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도중에 나타나 비장한 표정으로 의석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덕룡의원. [연합]

한나라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SK 비자금 1백억원의 당 유입설에 대한 대책 등을 논의했다. 다음은 회의에서 나온 발언 내용이다.

-최돈웅 의원(박진 대변인을 통해 개인 성명을 발표)

"연일 SK 정치자금 보도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당을 아끼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함께 노력하자. 당 재정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결과 SK 대선자금 문제가 나왔다. 나를 통해 한나라당에 1백억원이 지원됐다는 보도도 있다. 대선자금은 정치적 사안이다. 따라서 끝까지 함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3차 소환 중) 검찰에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접하고 시인했다.

4차소환이 언제 있을지는 모르겠다. 온갖 억측 보도가 나오고 있다. 나는 SK에서 받은 자금 전액을 당에 전달한 것을 검찰에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검찰에 소환돼 진술하기 이전에 여러분께 말씀 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했다. 당대표를 비롯한 의원님의 격려와 배려에 감사한다."

-하순봉 의원

"당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무척 고민하고 있다. 선거땐 당직을 맡은 사람들이 온 정열과 노력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쏟는 법이다. 때론 당직을 맡으면 기업인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다. 얘기 안해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있고, 영수증은 필요없다는 사람도 있다. 당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하루 2천만원이 필요하다. 그것을 어떻게 감당하나. 선거 때 쓴 돈의 전체 규모를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50년 헌정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 왔다. 선거 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위로하는 게 상례였다. 우리 사회에선 그렇게 이어져 왔다.

그런데 선거사상 유일하게 이긴 김대중 정부가 패한 이회창 후보의 선거자금 뒷조사를 했다. 10만원 단위의 수표 조사도 했다. 야당이 덩치만 컸지 무슨 힘이 있나. 서상목, 강삼재 의원의 경우를 보라. 이분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쓰거나 외국에 빌딩을 산 적이 없다. 당과 나라를 위해 노력한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한나라당 3백만 당원 모두의 잘못이다. 1백억원도 같은 맥락이다. 이 문제는 9월부터 수사된 것 같다. 최도술 11억원, 이상수 25억원, 한나라당 1백억원 등을 묶어 재신임으로 몰아부치려는 것이 권력과 칼을 쥔 노대통령의 정략이다. 야당된 죄다.

이 문제에 대해 지도부에서 정정당당하게 대처해 달라. 법은 공평할 때 의미가 있다. 국민 앞에 몸을 던져 보이라. 민주당의 대선 자금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자금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 이 문제의 뒷처리는 지도부에 맡기고 이제 우리는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공평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

-최병렬 대표

"하의원 말에 보탤 것도 더할 것도 없다. 구구절절 같은 생각이다. 해결과 대응방법이 말 속에 다 나왔다. 위기와 기회가 함께 있다는 말처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당당히 하겠다.

당계좌에 대한 검찰의 추적은 용납할 수 없다. 석간신문의 보도를 보고 검찰 총장에게 전화해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리지 말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해 나가자. 평소 당내에서 의견 분출이 많은 것을 나쁘게 보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다르다. 어떠한 의견도 당대표인 나에게 직접 전해 달라. 밖으로 단합된 한가지 목소리 내도록 협조해 달라.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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