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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한국팀 첫판 참담한 졸전(뉴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변 속출 이 월드컵/조직력ㆍ투지 실종… 국민 열망에 “찬물”/“카메룬돌풍” 아축구 성장 거울삼아야
4년마다 열리는 축구의 세계선수권대회인 월드컵축구 90년도 본선이 이탈리아전역에서 1주일째 열기를 뿜고있다.
우리나라 텔리비전이 연일 한국팀의 경기가 아닌데도 철야하면서 생중계를 하는 것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월드컵축구는 올림픽과 더불어 전세계인이 큰 관심을 갖고 또 재미를 느끼는 유별한 스포츠행사임엔 틀림없다.
올해대회는 시작부터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눌러 이김으로써 이른바 이변의 풍랑에 휩쓸렸고 잇따라 중미의 소국 코스타리카가 스코틀랜드를 이기고 또 카메룬이 루마니아마저 제쳐 가장 먼저 16강대열에 점프,유례드문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78년과 82년대회를 연속우승한 세계축구의 정상. 또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인 축구의 본고장이다.
몸과 몸이 직접 강하게 부닥치는 축구경기는 선수에게 거센 체력을 가장 먼저 요구한다. 이점에서 축구에 관한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유색인종은 유럽 백인계에 당하기가 체질상 어렵다.
축구는 유럽에서 발흥한후 남미로 흘러들어 르네상스를 맞이한 셈이 된다.
유럽과 달리 유연한 스타일이 특징으로 된것은 물론 기후의 영향에다 백인과 인디오,백인과 흑인의 혼혈이 늘어나는데 따른 그후의 점진적인 변화다.
이러한 축구의 보수성에 이번에 새바람이 불어닥친 셈이다.
대회 초반의 일과성 돌풍으로 끝날 공산이 물론 크지만 특히 카메룬축구의 부각은 매우 흥미를 끈다.
80년대 들어 확실히 아프리카축구는 큰 발전을 이룩,아시아와 달리 축구 후진대륙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아프리카축구는 북부의 아랍권인 이집트ㆍ알제리ㆍ튀니지ㆍ모로코ㆍ리비아등 이슬람국가들에 의해 장악되다시피했다.
이들 국가는 지역적으로 유럽에 인접해 있는데다 인종적으로도 강인하고 공격적이며 단결력이 강해 축구에 친밀한 체질이다.
이에 비해 적도 아프리카 국가인 카메룬은 반투족의 이른바 니그로국가다.
인종학상 니그로는 몸통에 비해 긴다리,평평한 가슴,발달이 나쁜 장딴지등으로 인해 순발력과 끈기가 동시에 요구되는 축구와 같은 격렬한 스포츠에 적합치않다고 얘기돼 왔다.
일찍이 독일 영국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온 것등 문화적 영향과 경제생활의 변화라는 요인도 있겠지만 이같은 생리적 열악을 극복,카메룬청년들이 스포츠에 기울인 최근의 노력에 따른 개가는 앞으로 반투족이 분포돼 있는 중부아프리카 이남의 수많은 국가들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나아가 금세기 말이나 늦어도 21세기 초엔 세계축구가 유럽ㆍ남미의 양극으로부터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 거점으로 재편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가능해 진다.
결국 카메룬에 의해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인 축구가 발전적 변화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음이 실증됐지만 한국축구는 미로를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1차전에서 벨기에에 2­0으로 패한 것 자체는 이상할게 없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은 전혀 「조직」되지 않아 아시아대표로서 부끄러울 정도의 졸전을 벌여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시아축구는 조직과 기백이 주요 무기. 2,3차전에서나마 한국팀이 이무기를 얼마나 잘 휘두를지 관심의 초점이다. 승부는 둘째.<박군배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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