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와인? 이런 사람에겐 오히려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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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심장에 좋다는 말에 꾸준히 와인을 섭취해 오던 김 모씨는 얼마 전 종합검진에서 간수치가 높다는 경고를 받았다. 의사는 평소 간이 좋지 않은 김씨가 오랫동안 와인을 섭취하는 바람에, 와인의 알코올이 김씨의 간에 부담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장병 예방을 위해 꾸준히 마셔온 와인이 오히려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심장병 예방뿐 아니라, 항암효과, 고혈압, 치매예방 등 항노화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진 와인 섭취로 인해 오히려 건강상태를 악화할 수 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와인의 긍정적인 효과들은 '몸이 건강한 상태'라는 전제 하에 적용된다는 것. 간 기능이 좋지 않은 등의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마시는 와인은 아주 조금의 양이라도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레드와인 두통' 증세를 보이는 등 와인을 선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레드와인 두통'은 대표적인 와인 부작용으로, 숙취 때문이 아닌 아주 소량이라도 레드 와인만 마시면 15분 이내에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을 나타내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하버드 의대에서는 헬스레터를 통해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증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황산염이나 타닌에 의한 증상으로 추정된다는 것.

특히 집안 병력에 천식이 있는 경우 아황산염이 함유된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와인에는 아황산염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미국인의 1% 정도가 아황산염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와인 라벨에 아황산염이 포함된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타닌 성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타닌 성분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과다분비하게 만들어 편두통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히스타민 성분을 지목하기도 하는데, 레드와인에 함유된 히스타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몸속에 특정 효소가 없어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는 것.

이 밖에 일부 와인에서 발효 도중 생기는 해로운 물질로 인해 와인이 오히려 해가 될 수 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일부 와인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메탄올, 퓨젤 오일, 황화합물, 에틸카바메이트, 디에틸렌글리콜, 히스타민, 타이라민 등의 해로운 성분이 부산물로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몸에 해로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에틸카바메이트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메탄올의 경우 과량 섭취시 눈이 멀거나 심하면 죽음까지 야기하는 성분으로 특히 와인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 외에 다른 물질들은 두통을 유발하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천식 및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와인 역시 자신의 건강상태나 체질 등에 따라 바르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와인을 마시는 적정량은 개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성별, 나이, 질병 유무 등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정도인 300㎖가 적당하며 여성은 보통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인 100~150㎖ 정도,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의 절반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다. 물론 이는 개인의 주량이나 나이, 질병 유무 등에 따라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와인의 좋은 성분은 굳이 와인이 아니더라도 건강기능 식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억지로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간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억지로 와인을 마시면, 간을 비롯한 장기에 알코올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상책.

따라서 간 질환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와 임산부는 적은 양도 독이 될 수 있으니 오히려 금하는 것이 좋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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