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불공평"82% "재판 공정하다"2%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법의 내용및 집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법을 통한 분쟁문제해결에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준법정신도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숙명여대 이영난교수 (법학) 가 한국 형사정책학회의 『형사정책』지 4호에 게재할 「대학생들의 법의식에 대한 실증적연구」 라는 논문에서 드러났다.
이교수는 서울대·연세대·계균관대·이화여대·숙명여대등 서울시내 5개대학생 3백67명을 준무작위추출법으로 선정, 면접방식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교수는 이 논문에서 대학생들의 부정적 법의식을 바로잡기 의해서는 법앞에 평등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풍토가 조성되야하며 법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주요내용이다.
◇법의 공정성=「우리나라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가」 라는 설문에 「그렇다」가 3·3%에 불과했고 「그저 그렇다」 11·8%, 「그렇지않다」 가 82%나 됐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법의 내용이나 논리가 공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법을 장기집권을 위해 이용해온 위정자들에게 큰책임이 있으며 법의 내용적인 결함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위해서는 비민주적인 악법을 과감하게 정비하고 법을 정치도구로 사용하려는 고질적인 풍토의 개선이 요망된다.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2·2%, 「그저그렇다」 49·3%, 「그렇지않다」48·5%로 부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사법부에대한 불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법치에 대한 궁극적인 불신과 정통성 시비가 지속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법적효능감(효능감)=이는 개인이 법적해결이 필요한 문제에 봉착했을때 법으로 능히 해결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다.
「관청상대의 고소사건에서 보통사람은 이기기 힘든가」에 「그렇다」 51·2%, 「그저그렇다」43·3%, 「그렇지않다」 5·5%로 응답했다.
「권력과 돈이 많은 사람과 법으로 따져보아야 손해는 나에게 돌아오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50·3%, 「그저그렇다」 39·6%, 「그렇지않다」 10·1%로 나타났다. 두항목에 대하여 50%이상의 대학생들이 사회적으로 강한 상대에 대해서는 법적인 시비를 가릴 자신감이 결여되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미래 한국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집단에 법적인 무능감이 팽배해 있음을 볼때 우리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의 실효성=「요즈음 세상에 법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문항에 「그렇다」24·7%, 「그저그렇다」 56·3%, 「그렇지 않다」19%로 조사됐다.
이 질문은 사회현실속에서 얼마나 법이 존중되고 있는가를 알아본 것인데 응답결과는 부정적이다. 압도적 다수의 학생들이 법의 권위가 실추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으며 불법이 만연되어 있는 사회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더 잘지킨다」는 질문에는 「그렇다」 38·5%, 「그저 그렇다」 40·1%, 「그렇지않다」 21·4%로 나타나 특권층에 의해 법의 권위가 더 실추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만연되고있는 권력형비리나 거대한 금융스캔들·정경유착등 불법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준범정신=「비록 법을 잘 안지키는 사람일지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는항복에 「그렇다」 33·2%, 「그저그렇다」47·9%, 「그렇지않다」18·9%로 응답해 대학생들은 범법자나 탈법행위자에 대한 관용성이 비교적 높음을 알수있다. 80%이상의 학생들이 비록 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좋은 사람일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자신들의 낮은 준법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이 나쁘다고 생각될 때에는 바르게 고쳐질때까지 지키지않아도 좋다」는 설문에는「그렇다」13·1%, 「그저그렇다」33·1%, 「그렇지않다」 53·8%로 비록 법이 나쁘더라도 우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하게 나타나고있다. 그러나 두항목의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이 철저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석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