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6명중 홍일점… 철만나 "월수150"|"다음번 한-소정상회담 통역 맡고싶어요"|노어동시통역사 전혜진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련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소련문제 전문가나 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은 제철을 만난듯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전혜진씨(26·여·서울대노어과강사)도 그중 한사람.
국내에 단 6명밖에 없는「노어동시통역사」중 홍일점 전씨는 최근 폭주하는 각종 통역 요청 때문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서울대와 육사에서 강의도 하고 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도 밟고 있는 전씨는 『급진전되고 있는 한소관계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고 말한다.
전씨의 월평균 수입은 줄잡아 1백50만원선. 외대안에 있는 「통·번역센터」의 주선으로 통역을 맡게되면「3시간이내」는 25만원을 받고 3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당 1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매달 비즈니스상담, 예술단공연, 경제세미나등에서 5∼6차례 통역을 맡는 전씨는 소련사람들의 말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소련신문·잡지를 읽는 것은 물론 단파라디오로 방송도 듣는다.
1백67㎝의 훤칠한 키에 미모와 재능을 경비한 전씨가 노어와 처음 인연을 맺은것은 지난 82년. 당초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전씨는 『전공하는 사람이 별로없는 노어를 열심히 공부하면 보람있는 일을 할수 있을것』이라는 외삼촌 백영기교수(한양대수학과)의 권유로 외대 노어과를 지원했다.
대학때 전공과목은 모두A학점을 받아 장학금을 타는등 두각을 나타내 「미스모스크바」로 불렸던 전씨는 86년 졸업과 동시에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에 입학, 2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88년 동시통역사 자격증을 따냈다.
전씨가 첫 통역을 맡은것은 지난 87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요트대회.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소련인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면서 전씨는 물을 만난 셈.
올림픽 기간중 루드밀라남(성악가)·볼쇼이 합창단의 안내및 통역을 맡은것을 필두로 레닌그라드 심퍼니(지난해4월)·레닌그라드 필하모니(지난4월)·불쇼이발레단 총감독 유리그리고로비치등 굵직한 인사들이 내한할때마다 통역을 도맡아 왔다. 지금껏 전씨가 통역을 해준 소련인을 다 합하면 1천여명이나 된다.
『소련사람들은 공산주의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늙어보이지만 나는 해외공연을 많이해 젋어보인다』고 농담을 건네던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지휘자 티미르카노프가 인상적이었다는 전씨는 통역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루드밀라 남의 방한때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연금상태입니다』로 통역했다가 장내가 웅성대 재빨리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주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해준 일도있다. 전양은 또 『한소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면 직접통역을 맡고 싶다』고.

<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