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한국'토종' 학생회장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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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난한 한국 유학생이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 학생회장에 선출됐다.

공공정책 석사 과정 2학년에 재학중인 최유강(31.사진)씨는 5일(현지시간) 열린 케네디스쿨 학생회장 결선 전자투표에서 총 714표 가운데 60%인 426표를 얻어 칠레계 미국인 호세 에드워즈(29)를 138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다. 최씨는 1차 투표에서도 다른 네 명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900명의 재학생 가운데 78%가 투표에 참여했다.

경북 포항 한동대를 졸업한 뒤 케네디스쿨로 유학 온 최씨는 "한국 토종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최씨는 1994년 아버지를 여윈 뒤 어머니 고양님(60)씨가 간호조무사, 치매노인 수발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릴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왔으며 스스로도 대학 시절 6~7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유학도 교회에서 주는 장학금 덕분에 가능했다. 케네디스쿨 유학 이전에는 해외여행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한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운 것이 승리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교직원 평가제를 도입하며 ▶장학금을 크게 늘리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웠었다.

그의 당선을 위해 동료 유학생인 프레드릭 수마예 전 탄자니아 총리, 크린 챠롱옹삭 태국 국회의원 등이 뛰어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영어강의가 일상적인 한동대를 4년 동안 다녔고, 2002년 전국 대학생 영어스피치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할 만큼 영어에 자신은 있었지만 막상 토론장에 오르는 순간 크게 긴장됐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공약을 또박또박 설명하면서 내용으로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한동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최씨는 국제법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한.중.일 간의 영토 분쟁이나 남북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지사=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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