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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실권株…주상복합…뭉칫돈이 몰려다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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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시중의 뭉칫돈이 확실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공모주.실권주.주상복합아파트 등으로 몰려다니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다가 조금이라도 수익이 높은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한꺼번에 몰리는 게릴라성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9월 말 현재 단기부동자금(6개월 미만 단기금융상품 평균 잔액) 규모는 3백79조원으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몰려다니는 뭉칫돈=공모주 청약 시장이 이달 들면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코스닥 등록을 위한 6개 업체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평균 1천6백70대 1에 달했다. 공모주가 인기를 누렸던 5~7월의 1천2백대 1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디지털대성이 2천9백8대 1로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6개사 중 1천대 1 이하를 기록한 업체는 우리산업(3백21대 1)뿐이었다.

공모시장에 몰리는 자금 규모도 웬만하면 1조원대에 이른다. 나노하이텍 공모에는 1조6천6백억원이, 디지털대성에 9천8백20억원이 순식간에 동원됐다. 공모시장의 경쟁률이 치열해지자 상대적으로 주식을 사기 쉬운 장외시장에서도 공모 예정 기업을 중심으로 3주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과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평소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실권주에도 큰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 이오리스의 실권주 청약(21~22일)에는 3억9천만원어치의 청약물량에 4백23억원이 몰렸다. 이에 앞서 대한전선의 실권주 청약에도 93억7천만원 모집에 2천6백여억원이 신청했다.

주상복합아파트 시장에도 돈이 넘쳐나고 있다. 현재 분양 중인 주상복합은 전매가 금지되기 전인 7월 이전에 허가를 받은 것이어서 전매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이 23일부터 청약접수를 시작한 분당 더샾 스타파크 3백83가구(34~47평형)에는 첫날에만 1만여명이 몰렸다. 청약신청금이 가구당 2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천억여원의 여윳돈이 이날 몰린 셈이다.

대우건설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강베네시티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이날 청약신청을 받은 결과 2백4가구 공급에 4백여명이 청약했다. 이 아파트를 청약신청한 徐모(45)씨는 "최근 찾은 적금을 굴릴 곳이 없어 청약과 분양권 전매에 제한이 없는 주상복합아파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 거품 우려=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이쪽 둑을 막으면 저쪽 둑이 터지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자금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고수익 자산에만 투기성 뭉칫돈이 몰리면 결국 특정자산에 거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 6~8월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발행한 후순위 전환사채(CB)의 경우 큰 인기를 누리며 대규모 시중자금을 흡수했지만 대부분 현재 가격이 공모가격을 밑돌고 있다.

더구나 공모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최근 공모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자칫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주식을 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주식인수 담당자는 "살 사람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나 증권사들이 굳이 공모가격을 낮게 책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근.김준현 기자<hsgu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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