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무슨달] 上. 달과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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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인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달의 추정 나이는 지구와 비슷한 45억 년. 그 긴 세월 동안 달은 지구에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밤에도 햇살을 반사해 어둠을 희석시켜줬다. 때로는 월식의 장관을 연출해 인간을 기쁘게 했다. 달이 없었다면 인류의 시심(詩心)이 이렇게까지 풍부했을까. 추석을 앞두고 과학의 프리즘으로 달을 분석한다.

#하루 동안 찜통과 빙하 오락가락=달의 표면 온도는 한낮에 영상 섭씨 125도, 밤에는 영하 170도로 양 극한을 오락가락한다. 지구와는 달리 공기가 없기 때문에 열이 달 표면 전체로 골고루 퍼지지도, 보온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할 때도 이런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해 선선할 때를 택했었다. 아폴로 11호가 21시36분, 아폴로 17호는 75시간 달 표면에 머물렀다. 이렇게 보면 찜통과 남극의 기온을 다 맛봤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달의 하루를 24시간이라고 했을 때 우주선이 머문 시간을 달 시간으로 환산하면 아폴로 11호는 44분, 아폴로 17호는 2시간33분에 불과하다. 모두 아침 선선할 때 임무를 마치고 귀환길에 오른 것이다. 닐 암스토롱 등 우주조종사가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은 공기와 먼지, 침식작용 등이 없어 수십만 년 이상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달에서도 지구에서처럼 지진이 일어난다. 아폴로 우주선이 설치한 지진계로 관측한 결과 지금까지 가장 큰 지진은 규모 4 정도 된다. 지구에서는 이보다 수십 배 강력한 지진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이외에 지각 변동 등 지질운동은 거의 멈춘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달에서 지구 보면 보름달보다 16배 밝다=달에 우주인이 살고 있다면 그 우주인이 보는 지구는 보름달의 16배 이상 밝고 커다랗게 보일 것이다. 지구가 달보다 겉보기가 16배 정도 크고, 햇빛을 더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달의 표면은 용암 분출에 의한 현무암이 많아 거뭇거뭇한 곳이 많다. 그러나 지구는 햇빛을 잘 반사하는 바다와 구름이 많아 겉보기 크기보다 더 밝아 보인다.

#매년 3.74㎝씩 멀어져=달 표면에는 아폴로 우주선 등 탈 탐사선이 설치한 5대의 레이저 반사거울이 있다. 지구에서 달을 향해 레이저를 쏘면 그 레이저를 지구 쪽으로 반사하게 한 것이다. 레이저가 달까지 갔다 온 시간을 재면 지구와 달간의 정확한 거리를 잴 수 있다. 레이저가 갔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 걸린다. 그동안의 거리 측정 결과 달은 지구로부터 매년 3.74㎝씩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아주 먼 미래에는 달이 지금의 절반 정도로 작게 보일 수도 있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것은 달이 지구의 밀물과 썰물을 만드느라 힘을 빼앗겨 우주 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치 실에 공을 매달아 돌리다 줄이 끊어지면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그 옛날에는 달이 지구와 아주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의 길이 역시 그만큼 짧았을 것이다. 그러나 달이 처음 생긴 게 정확하게 언제인지, 그렇게 멀어지는 현상이 언제부터인지 알 길이 없어 맨 처음 얼마나 지구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보름달이라고 다 같지 않다=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타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가까울 때와 멀리 있을 때 지구에서 보는 달의 크기도 다르다. 가장 가까울 때인 1~2월 보름달이 멀 때인 8~9월 보름달보다 17%나 커보인다. 추석 보름달이 정월 대보름달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울 때와 멀 때의 거리가 무려 4만5000㎞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계수나무와 토끼는 없다=어릴 때 달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살고 있는 줄 알았다. 보름달이면 계수나무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다. 달이 스스로 돌기 때문에 때로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달은 지구에 한번 보여준 앞면만 언제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959년 달 탐사선인 루나1호가 달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달 뒤면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기간(공전)과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한 바퀴 돌리는 데 걸리는 기간(자전)이 같기 때문이다. 공전과 자전 주기는 지구 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27.3일이다. 달의 하루는 자전 주기보다 약간 길어 29.5일로 낮과 밤이 평균 14.75일씩이나 계속되는 것이다.

만약 달이 자전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에서도 달의 앞뒤 할 것 없이 대부분을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수나무와 토끼 모양의 검은 부분은 실은 화산활동으로 뿜어져 나온 현무암질의 평원인 것으로 달 탐사 결과 밝혀졌다. 이곳을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 달의 바다는 햇빛을 받아도 그 이외의 지역보다 밝기가 2.5분의 1밖에 안 돼 어둡게 보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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