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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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1일은 세계금연의 날. 이날을 맞아 국내에서는 담배의 해독을 알리고 금연을 권장하는 여러가지 행사를 벌인다.
『담배는 눈에 보기 싫음을 주고, 코에는 증오를 주며, 뇌에는 손상을 일으키고, 폐에는 해를 주며, 입에서는 고약한 냄새를 낸다. 』
의학자들은 금연의 날을 맞아 역사상 담배의 판매·보급을 가장 기를 쓰고 반대했던 17세기 영국황제 제임스1세의 이 같은 담배에 대한 역공세를 곰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의대 신동천 교수(예방의학)는 『담배에는 1천2백 여종의 암 유발인자가 포함돼 있으며 이중 대부분이 몸에 가장 해로운 타르성분』이라고 밝혔다.
또 약4천 여종의 각종 독성물질이 들어있어 식도에서 방광에 이르는 몸 구석구석에 해를 끼치는「죽음의 연기」가 바로 담배연기다.
◇흡연의 해독-서울대 의대 김건열교수(호홉기내과)는 『폐암에 의한 사망자의 85%는 흡연이 사망원인』이라고 밝히고 『특히 석면 등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된 채 하루 두 갑 이상 담배 피우는 사람의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보다 무려 1백배나 높다』고 경고했다. 담배 자체로 보면 니코틴성분보다 타르성분이 훨씬 더 건강에 해로우며 타르함량이 높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저타르 담배흡연자보다 20∼40% 더 폐암을 잘 일으킨다.
따라서 금연이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나 완전히 끊을 수 없다손 치더라도 ▲흡연 양을 대폭 줄이고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로 바꿔 피우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연세대의대 김성정교수(내과)는 『폐암 이외에 적어도 10가지종류 이상의 암이 흡연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흡연은 음주와 함께 위험인자로 작용, 구강·인두·후두·식도암을 일으킨다고 일찍이 판명됐다. 이에 뒤이어 방광암·신장암·췌강암·위암·자궁경관암·자궁내막암의 위험인자로까지 흡연이 낙인찍히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담배는 생식능력을 약화시키고 소화성궤양·골조송증·치석 등 치과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담배는 이처럼 자신의 건강을 위협함은 물론 담배연기를 옆에서 마신 사람들에게 기관지염·폐렴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흡연하는 부모를 둔 어린이들은 만성적인 기침·가래·해소증세에 시달릴 위험성이 30∼80%나 더 높다는 것이 정설.
특히 담배연기 속의 니코틴성분은 임산부의 코를 통해서는 물론 살갗을 통해 침투, 태아가 기형이 될 가능성을 안고있다.
가톨릭의대 맹광호교수(예방의학)는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은 50세 이상 부인들의 유방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지적, 비흡연자의 「건강권」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경제적 손실-연세대 원주분교 이규식교수(보건과학)팀의 분석연구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담배 때문에 최소한 연 5천57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흡연에 따르는 질병의 치료비·교통비등 간접비용, 조기사망에 의한 생산감소를 포괄적으로 포함한 것으로 보건부문예산을 넘는 엄청난 액수다. 또 옆에서 담배연기를 맡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혐오감 등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연의 실천-현재 우리나라 남자들의 흡연율은 약68%로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고 특히 30대 남자들은 4명중 3명꼴로 흡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88년)에 따르면 흡연자 중 약 58%가 「끊고싶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따라서 「세계금연의 날」같은 특정일을 계기로 금연에 도전하는 것도 건강·강수의 지름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금연법 12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기분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마음의 안정을 갖는다 ②독서·예술·스포츠 등 담배를 대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 ③한번 금연에 실패해도 몇 번이라도 도전한다 ④물·주스 등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과일을 먹는다 ⑤담배가 없어 손이 어색하면 연필·고무줄 등 손에 잡을 대용품을 만든다 ⑥입이 심심하면 물을 마시거나 저칼로리의 껌·건어물 등을 씹는다 ⑦흡연욕구가 생길 땐 5∼10회 심호흡한다 ⑧금연해야 하는 이유를 카드에 적어 자주 반복해 읽는다 ⑨최근 금연한 친구와 만나 서로정보교환을 한다 ⑩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담배연기가 자욱한 곳에 가지 않는다 ⑪알콜·코피 등 자극적인 것을 삼간다 ⑫식사는 규칙적으로 포만감이 생기는 양의 70%로 하고 식사 후 즉시자리를 떠서 담배를 삼간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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