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길없는 길 - 내 마음의 왕국(7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최인호 이우범 화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이 시경(시경)들은 설법이라기보다 노래이며 살아 있는 부처의 육신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한마디 한마디 살아 있는 말이 되어 내 가슴속에 화살처럼 박히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며 울고 슬퍼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해치면서 몸을 여위게 하고 추하게 만들뿐이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울며 슬퍼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그것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점점 더 고뇌를 겪게 된다. 죽은 사람 때문에 운다는 것은 더욱 근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지은 업(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라. 모든 살라있는 자는 죽음에 붙잡혀 떨고 있지 않은가.』
오후의 석양빛이 숲 사이를 뚫고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던 행락객들의 노랫소리도, 마이크소리도 이미 사라지고 주위는 고즈넉하였다. 나는 흰 소복을 입은 채 한 곁에 앉아서 울고 있는 아내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당신도 한줌 뿌리겠소.』
아내는 울면서 다가와 상자 속에 남은 뼛가루를 한줌 움켜쥐었다. 그리고나서 나를 보면서 말하였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난 몰라요. 그저 기가 막히구 슬프기만 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구려.』
그러자 아내는 무덤가에 뼛가루를 뿌리면서 말하였다.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 편안한 곳으로 가서 편안히 쉬세요.』
나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불타의 사자후(사자후)를 들었다. 불타의 육성은 바람소리를 빌려서 내 가슴을 흔들었다.
『아아, 보라. 세상의 저 모습을. 가령 사람이 백년을 살거나 그 이상을 산다고 할지라도 마침내는 가족들을 떠나 이세상의 목숨을 버리게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경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죽은 사람을 보았을 때는 「그는 이미 내 힘이 미치지 못하게 되었구나」하고 깨달아 슬퍼하거나 탄식하지 말지어다. 이를테면 집에 불이 난 것을 물로 끄는 것과 같으므로.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은 걱정이 생겼을 때는 이내 지워버린다. 마치 바람이 솜을 날려버리듯이 자신의 즐거움을 구하는 사람은 슬픔과 욕심과 걱정을 버릴지어다. 그대여, 자기 번외의 화살을 뽑으라. 번뇌의 화살을 뽑아버리고 거리낌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모든 걱정을 초월하게 될 것이며, 마침내 근심 없는 자, 평화의 길로 돌아간 사람이 될 것이다. 』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다면 자기 아음 속에 박힌 번뇌의 화살을 뽑으라는 부처의 육성이 내 심혼을 뒤흔들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불타여.
나는 내 가슴속의 번뇌의 화살을 뽑아버리겠나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