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사먹는 집 해마다 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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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추석을 앞두고 떡 생산업체인 장군식품의 주부 직원들이 분주히 송편을 빚고 있다.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송편을 빚다가 근래 이를 사서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산면의 떡 생산업체인 장군식품. 송편을 만드는 150평 단층의 제2공장 안에 들어서자 향긋한 떡 냄새가 코끝을 저민다. 떡쌀을 불리려고 쌀 가마니를 푸는 사람, 송편을 바쁜 손길로 빚어내는 아주머니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송편 만드는 기계'가 신기하다. 이 기계 넉 대 앞에는 방진복으로 무장한 두 주부 근로자가 한 조가 돼 바삐 움직인다. 기계 윗부분에 잘 버무린 반죽을 넣으면 콩과 깨가 자동으로 스며들면서 동글동글한 송편이 큰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지는 모양이 재미있다. 이것들을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송편 만들기 끝. 한 개 만드는 데 1초도 안 걸릴 듯싶다.

이렇게 만든 송편을 상자에 담아 솔잎을 입힌 뒤 냉동창고에 보관하거나 이튿날 오전 내다 판다. 이 회사의 박정훈 본부장은 "연간 매출의 5분의 1 정도가 추석 특수여서 한 해 중 가장 바쁜 때"라고 말했다. 공장 직원은 평소 30여 명 정도지만 얼마 전 아주머니 30여 명을 임시직으로 뽑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근로시간이 밤 10시까지로 네 시간 연장되기 일쑤다. 송편 주문이 가장 몰릴 3, 4일에는 24시간 송편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이때는 시루떡.꿀떡 등 일반 떡류를 만드는 150평 규모의 제1공장도 송편을 만든다.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임시직원들도 통근버스로 출퇴근시키는 등 배려해야 한다. 이복남(48) 주부는 "잔업이 늘어 좀 피곤하지만 수입이 짭짤해 좋다"고 말했다.

송편은 추석 때 수요가 집중돼 물량을 대기 위해 '냉동 송편'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회사가 요즘 하루에 빚어내는 송편은 3t이나 된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큰 수요처다. 냉동 송편을 매장에서 팔 때는 해동시켜 판다. 명절 때 팔리는 냉동.비냉동 송편의 비율은 3 대 7 정도다. 냉동이라도 섭씨 영하 40도에서 급랭시키기 때문에 금세 만든 물건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올 추석 시즌의 떡 판매 목표는 7억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10% 낮게 잡았다. 박 본부장은 "주요 고객인 대형 할인점들의 방문객 수가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데다 추석 연휴가 긴 게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휴가 길면 여행 가는 사람이 많을 거고 송편도 덜 팔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떡 구매담당인 전경숙씨는 "핵가족화로 집에서 송편을 만들지 않고 사먹는 가정이 늘면서 명절 떡 매출이 매년 5~10%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떡시장 통계는 없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액 등으로 미뤄볼 때 연간 1000억원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장군식품은 떡 업계 10위권 이내의 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40여억원이다. 매장 파견사원을 포함해 100여 명이 일한다. 평소에는 주로 돌잔치 등 기념행사 용도의 떡이나 시루떡 등 일반 떡, 그리고 젊은 층을 겨냥해 과일 등을 넣은 '퓨전 떡'을 판다.

염태정 기자<yonni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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