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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전문치료 병원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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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4년 2월 22일 전남 무안군 남악리 영산강 근처에선 주민들이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을 발견했다. 머리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119 구조대가 출동해 3년생 암컷으로 추정되는 이 수달을 동물병원으로 옮겼으나 5시간 만에 숨졌다.

이처럼 다친 야생동물들은 전국에서 흔히 발견된다. 그중에는 천연기념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 애완동물과 가축을 다루는 동물병원은 야생동물을 치료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야생동물 구호 민간단체도 시설.장비가 부족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구호돼 치료받은 1816마리의 야생동물 중 909마리가 폐사했다. 생존율이 절반(49.9%) 정도에 불과하다.

야생동물이 우리의 중요한 생태계 자원이고, 개발 때문에 그들의 보금자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야생동물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9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 캠퍼스에 국내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구조하고 치료하는 전담 종합병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강원도가 5억원씩 지원하고, 강원대 수의대학이 27억원을 투입했다.

175평 규모의 구조센터와 1667평의 방사 훈련장을 갖춘'강원도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야생동물 전문 '대학병원'이다. 장비도 근사하다. 야생동물 치료용 이동식 X선 촬영기와 초음파 진단기, 호흡 마취기, 위 내시경 등 79종의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다. 입원실.수술실.회복실도 있다. 구조센터장인 김종택 교수를 비롯한 수의대 교수와 대학원생 등 전문 의료진 40여 명이 24시간 교대근무한다.

이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야생에서 온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소쩍새.두견이 등 치료 중인 새와 포유류가 이미 50여 마리. 건물에 부딪쳐 날개가 부러진 솔부엉이, 전선에 걸려 다리를 저는 해오라기, 올가미에 걸려 다리가 부러진 고라니도 있다. 야행성인 수리부엉이는 강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방향을 잃고 중상을 입었고, 어미가 죽는 바람에 굶주린 고슴도치 새끼도 있다.

김종택 교수는"치료를 받은 야생동물들은 3~5주 정도 회복실에서 원기를 회복한 뒤 방사 훈련장에서 야생 적응훈련을 받는다"며 "근육 손상이나 골절상 등 심각한 상처를 입은 동물은 1년 이상 장기 입원치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홍정기 자연자원과장은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광견병 등 야생동물 관련 질병 조사와 연구도 병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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