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의 도전』… 세계지도자초청 대토론회/중앙일보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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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에 베푸는 자세를/아시아의 변화 동구보다 지연/북한ㆍ중국ㆍ베트남 등이 걸림돌/한일관계는 세계에 영향/노대통령 방일 계기삼아/이해와 양보로 난제극복해야…/통일에도 엄청난 투자필요/세계는 군사보다 경제가 좌우/동서군축도 경제난에서 비롯/산업쓰레기ㆍ대기오염 등/각국이 공동대처 안하면/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제앙이… 중앙일보사는 23일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총리,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대통령,후쿠다다케오(복전규부) 전 일본총리,신현확전총리 등 전직국가수반 4명을 초청,서울 프레스센터국제회의장에서 「새시대의 도전­동아시아정세와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세계지도자초청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약 2시간동안 한승주고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련의 변화가 세계정세에 미치는 영향 ▲독일의 통일과 한반도의 통일문제 ▲아시아에서의 한일의 역할 ▲인구 및 생태계 문제등이 주로 토의했다. 이날 대토론회의 토론요지는 다음과 같다.【편집자주】
□참석자
헬무트 슈미트(전 서독총리)
지스카르 데스탱(전 불대통령)
후쿠다다케오(전 일본총리)
신현확(전 국무총리)
사회 한승주교수
▲한승주교수(사회)=오늘날 세계는 변화의 속도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우선 유럽과 소련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자.
유럽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네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소련의 변화,동구의 민주화,독일통일,유럽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우선 이 모든 변화에 단초를 제공한 소련의 개혁에 대해 평가를 해볼 시점이라 생각한다. 소련의 상황전개는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개혁의 성패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슈미트 전 총리에게 소련의 개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과연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은 성공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고르바초프는 대통령직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총리=지금부터 1년후인 91년 5월의 소련상황을 예견하는 것은 91년 5월의 날씨를 예보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소련의 개혁은 글라스노스트(개방) 부문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신장됐고 사견을 거리낌없이 말할수 있게 됐다. 그만큼 사회는 개방돼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실팰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20년전 브레즈네프 시절보다 악화됐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용기있는 인물이다. 지성을 갖췄으며 능력도 겸비한 정치가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대단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소경제개혁엔 실패
지금 소련국민들은 페레스트로이카 이전보다 살기가 오히려 나빠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르바초프는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관료ㆍ당ㆍ군부 모두가 그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고르바초프의 국내 지지기반은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다.
그가 소련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해결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가 소수민족문제다. 현재로서는 발트해3국의 분리독립요구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소련의 민족문제는 발트3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련중앙정부와 카자흐스탄ㆍ타슈켄트 등 비러시아공화국 5∼6개국과의 관계도 좋은 편은 아니며,특히 그루지야ㆍ아르메니아ㆍ우크라이나 등지에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소수민족의 독립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냐가 관건이다.
둘째는 경제개혁이다. 소련은 최근 시장주도형 경제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도입했다. 경제개혁은 한마디로 관료주의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는 당지도부내에서의 권력투쟁이다. 현재로서는 당지부내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무시못할 상태다. 어떤 의미에서 고르바초프는 국제무대에서보다 국내에서의 입지가 좁은 편이다. 다시말해 국내에서의 정책수행이 동구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ㆍ한국 등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어려운게 고르바초프의 솔직한 위상이다.
이러한 국내의 정치ㆍ경제적 어려움은 고르바초프로 하여금 군축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이는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특히 이에 대한 군부의 반발이 현재 심각한 수준인 것도 문제다.
▲사회=소련의 변화는 소련자체는 물론 서방세계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서방세계에서는 소련의 개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대통령=한국방문은 이번에 처음인데 우선 이런 영광된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을 큰 영예로 생각한다. 현재 소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슈미트 전 총리도 말했지만 민족의 단결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소련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가 소련의 현재와 미래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서방에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대전제는 간단하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성공하는 것이 소련은 물론 전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개혁정책이 성공을 거둘 것인지에는 의문이 많다. 서방세계도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이 성공을 거두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서방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내부문제,즉 민족문제ㆍ경제문제 등의 해결이 병행되야 한다.
우리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지지ㆍ지원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고무시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고르바초프의 군축정책이다.
물론 소련의 군축정책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됐지만 소련의 군축은 여러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련은 그간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군비에 지출해 왔는데 내년 예산에서는 지금보다 15%정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체 군사비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항공우주분야의 예산도 감축키로 한 것 같다.
고르바초프는 이제 『군비를 감축해도 국가안보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러한 소련의 노력에 우리는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기꺼이 도울 준비도 돼 있다.
서방세계들에 대소교역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이 소련기업과 합작을 하려해도 현재로서는 제한이 많아 경제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현재 소련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전개에 대해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
○소일 영통문제 현안
▲후쿠다 전 일본총리=유럽과 아시아는 다르다는 점을 먼저 전제해두고 얘기를 시작하고 싶다.
유럽에서는 소련을 주축으로 한 바르샤바조약군과 서방의 나토군이라는 긴장의 양대주체가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명확한 정치ㆍ군사적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유럽의 민주화에 따른 긴장완화와 같은 상황이 아시아에서도 나타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시아에서의 긴장완화는 중구과 북한ㆍ베트남 등 사회주의국가들의 개별적 사정이 전반적으로 바뀔때 시작될 수 밖에 없어 유럽보다는 늦어질 것이 확실하다.
일본과 소련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유럽에서의 서방국가와 소련과의 관계와는 다르다. 내년 봄으로 예정된 고르바초프의 일본방문은 일소 관계개선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과 소련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방 4개 도서와 관련되 영토문제다.
▲사회=일소 관계와는 달리 최근 한소관계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적극적인 북방정책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데탕트분위기에 힘입은 바도 크다고 본다. 신현확 전총리는 한소관계의 현황과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신현확 전 총리=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에 붙어있다는 지정학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해방이후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온 반면 유라시아대륙 중앙의 거대한 나라인 소련과는 「존재하지 않는나라인듯」 단절돼왔었다. 오히려 소련이 얼마전까지 우리에게 의미있었던 것은 오직 한가지,다시말해 「위협」뿐이었다.
그런데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상황은 반전되었다.
고르바초프의 과감한 정책전환이 우리의 자세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동시에 우리의 적극적인 북방정책이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결과 짧은 기간동안 동구국가들과의 수교가 잇따라 이루어졌으며 소련과도 머지않은 장래에 국교수립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남북관계개선을 위해서도 소련ㆍ동구의 민주화가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진전되길 바란다.
▲사회=이제 독일통일문제로 화제를 돌려보자. 독일통일은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특히 분단국인 한국 국민들의 독일통일에 대한 관심은 지대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똑같이 통일을 바라면서도 독일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한국은 이루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스카르 전 대통령이 이웃국가로서 먼저 얘기해달라.
▲지스카르=개인적으로 나는 유럽의회의 일원으로 정기적으로 독일통일 현황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러한 논의에서 얻은 분명한 결론은 독일통일이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독일통일은 이미 결정된 것이며,시기는 91년께로 전망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독일은 곧 통일된다.
독일통일은 몇년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돼왔다. 이는 통일에 대한 독일인들의 열망과 주위의 여건이 적절히 결합됐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동독의 기업인들은 통일이후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이는 엄청난 양독간의 생산력격차 때문이다. 동독의 생산력이 서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빠르면 3년,늦으면 5년정도가 걸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향상에 필요한 투자다. 서독은 동독의 재정적자와 연금ㆍ통신 등 기간시설투자에 많은 돈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서독은 통일의 대가로 동독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통일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반응은 한 조사결과에 나타났듯이 70%가 찬성할 정도로 호의적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비판적 관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독일통일이 유럽 전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럽에서는 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 4개국을 중심으로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이러한 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통독에 주변국호의
▲사회=이제 통일의 주체인 독일의 슈미트 전 총리에게 묻겠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어떤 일을 했기에 통일이 이렇게 급진전됐는가.
▲슈미트=한국과 비교해볼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동서독은 분단된 상태에서도 긴밀한 관계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구체적으로 말해 서독은 동독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해온 것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동독은 서베를린과 서독간의 왕래를 허용하는등 호의적 반응을 보여주었다.
내가 총리재직시절 나는 동독의 호네커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고 서신을 주고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신뢰가 싹트고 통일에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베를린장벽은 한국의 휴전선과 같은 엄격한 분리와 대립의 상징이 아니었다.
동서독의 이러한 노력은 같은 분단국인 한국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리라 생각되며 교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통일이 가시화되면서 독일의 독자노선추구에 대한 우려가 유럽국가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그결과 이율배반적인 두가지 제안이 거론되고 있다. 즉 통일된 독일이 나토동맹에서 제외되거나 바르샤바조약과 나토동맹 모두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타당성이 없는 얘기다. 바르샤바조약군은 지금 해체되고 있다. 90년대 이후의 국제사회에서는 군사적 중요성이 점차 감소할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경제적 문제다.
▲사회=독일통일 문제에 대해 주변국가들이 보여준 호의적인 반응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독일이 2차대전에 패배하지 않았다면 지금 얼마나 강력한 국가가 되어 있을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국가들도 있다.
특히 영토문제를 비롯,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폴란드등은 통독과정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주변국들의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한 독일의 대안은 무엇인가.
▲슈미트=서독은 2차대전중에 독일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이제까지 한번도 부인하거나 부정한 적이 없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만 같은 잘못을 두번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서독은 과거 죄과에 대해 사죄하는 차원에서 동구국가들에 최대한의 지원을 해왔다.
이와 함께 프랑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두나라 국민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서독은 특히 유대인문제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함께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에 온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소련은 서독의 이같은 건의를 계속 의심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따라서 서독은 항상 소련에 동구 지원사업의 규모와 내용을 일일이 통보해주지 않으면 안되었고 서독이 핵무기나 SS20미사일같은 신무기도 갖고 있지 않다고 소련을 설득해야 했다.
▲사회=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시점에서 「독일의 주변국가에 대한 관계」와 「일본의 주변국가에 대한 관계」를 비교검토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대아시아ㆍ대세계 역할에 대해 먼저 후쿠다 전 총리가 얘기해 달라.
○일,소장래에 비관적
▲후쿠다=한국과의 관계에 한정시켜 얘기하겠다. 한일은 가장 가까운 선린국이지만 앞으로 해결해나가야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두 나라는 양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앞에 놓인 여러 난제들을 극복함으로써 동구의 움직임에 바르게 대처해나가야 한다.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명실상부한 우방국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원한다.
양국은 한일관계가 우리나라에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식하여 새로운 역할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스카르=일본은 소련의 개방과 경제개혁에 대해 항상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후쿠다씨도 역시 소련의 장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가.
▲후쿠다=작년 5월 IAC총회가 모스크바에서 열렸을 때 소최고회의 그로미코의장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로미코의장은 그때 페레스트로이카가 최소한 금세기말까지 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치에 있어서의 글라스노스트,경제에 있어서의 페레스트로이카가 고르바초프대통령 개혁정치의 두 수레바퀴다.
문제는 둘중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두느냐인 것이다.
중국은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등 후자에 우선을 두고 있는 반면 소련은 글라스노스트를 선행시켰다. 따라서 글라스노스트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경제개혁은 순탄하기 어렵다.
▲사회=세계의 주요한 분쟁 예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문제는 한일 및 한미관계등 폭넓은 시야에서 조망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관계의 전망과 대처방안,이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입장은 어떤가.
▲신현확=독일의 통일은 언제 이루어지느냐 하는 시간표상의 문제만 남아있다.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됐던 서독의 동방정책은 결코 동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서독은 통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늘 소련을 이해시키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고 우방국들의 지지를 통독의 기본전제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배후세력과의 접촉이 완전 차단됐기 때문에 한국 스스로가 나서서 교섭할 수 없었다.
한국이 지금 시급히 해야할 일은 서독이 동독에 해주었던 것들을 북한에 베풀어 주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 서독이 긴 시간에 걸쳐 이룩한 것을 짧은 기간내에 끝내야 하는 부담이 있을 뿐이다.
서독이 주변국들에 한 역할에 비하면 일본의 주변국에 대한 역할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으나 서독과 같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극력 외면해 오지 않았는가.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이 이 지역에서 정치ㆍ경제ㆍ군사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슈미트=30년만에 한국을 찾아오고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이 도시가 과연 30년전 내가 방문한 서울인가 의심될 정도였다.
비록 일본이 정치ㆍ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한국도 이에 못지 않은 업적을 이룩했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작은 호랑이에서 벗어나 중간 크기의 호랑이로 성장했다.
따라서 대소ㆍ중 관계에서 지나친 저자세를 탈피해 성공한 국민으로서의 당당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후쿠다=신 전총리와 슈미트 전 총리가 내게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일본은 한국이 목적하는바를 이루도록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는 동서 양진영으로 양분돼 있었고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
일본으로서는 동서 양대진영과 남북한 모두에 똑같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던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한국과는 특별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국제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으니 남북한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현명히 대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남북한의 노력에 부응,우호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겠다.
○지역별 대립막아야
▲신현확=후쿠다 전 총리의 충고를 감사히 받아들인다.
한국이 외교관계에서 움츠리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한국은 지금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적으로 시도하는등 활발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헝가리ㆍ폴란드ㆍ유고ㆍ체코ㆍ불가리아 등 동구국가들과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교를 수립했으며 소련ㆍ중국 등과의 외교정상화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미 외교분야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점을 슈미트 전 총리와 후쿠다 전 총리에게 강조하고 싶다.
▲사회=좋은 견해를 피력해 준데 대해 감사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2000년을 10년 앞둔 현시점에서 21세기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 것인지 예측해 봤으면 한다.
향후 10년간 소련ㆍ중국ㆍ일본과 한국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세계가 양극화시대에서 다극화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표현도 이제는 진부해질만큼 엄청난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데 요술구슬이라도 있으면 미래를 점쳐봤으면 좋겠다.
▲지스카르=요술구슬을 내게 넘겨줘 고맙다(웃음).
여러분들이 한국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는데 나도 한반도통일문제와 관련하여 한마디 하겠다.
경제적으로 실패한 국가는 더이상 존립하기 힘들 것이며 경제에서 성공한 나라는 다른 나라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들이 지역블록화를 통해 배타적으로 단합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별 대립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인구폭발 대책시급
▲슈미트=지스카르 전 대통령이 21세기의 문제로 인구폭발을 들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구문제는 식량부족,에너지고갈 등으로 이어지게 되며 심할 경우 국제적 긴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는 선진국보다 후진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결국에는 문제점을 전세계에 파급시키게 될 것이다.
현재 회교원칙주의자들은 8백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지만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의 세계정세에서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노력이 세계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화에 따른 공기오염이 대기권의 온실효과를 촉진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온실효과로 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어 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짙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들을 전세계적으로 공동대처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사회=오랜 시간동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어 감사하다.<정리=오병상ㆍ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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