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현실 경제를 척척 꿰뚫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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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치과의사들이 처치에 주력하고 스케일링은 간호사에게 맡기는 이유는 뭘까. 분명 스케일링도 잘 할텐데. 의사가 스케일링까지 하다보면 돈되는 중요 처치에 투입할 시간이 줄어 총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의사는 간호사보다 훨씬 잘하는 처치에 집중하고, 간호사는 그래도 의사보다 덜 못하는 스케일링을 맡게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런 사례를 대입하면 경제학의 '비교우위' 원리가 곧바로 이해된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우리 생활 주변의 알기 쉬운 실용적 사례를 끌어들여 경제 원리들을 설명해 나간다. 일상의 삶과 경제학의 만남이라고 할 만하다.

경제학은 '사람들의 먹고사는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다들 어렵다고 한다. 복잡한 논리와 수치, 그래프 등이 동원되기 때문일 게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현실을 등진 학문으로 인식되고, 경쟁 상대라 할만한 경영학에 계속 밀리는 형국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반성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비슷한 경제학 입문서들이 최근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이나 재테크 테크닉, 경제 에피소드 등의 나열에서 벗어나 경제학의 전분야를 체계적으로 망라하며 현실 경제를 보는 통찰력을 키워주려 노력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은 자녀교육과 집, 노후대책 같은 일상의 문제로부터 경기변동과 기업, 금융 및 세계화 등 경제 각 분야를 다루면서 개선 방향까지 고민하도록 도와준다. 예컨대 이혼 급증과 저출산 같은 문제도 경제학의 비용-편익 분석에 대입시켜 나름의 처방을 내놓는다.

경제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두루 살피는 중용의 자세도 엿보인다. 논술이 강조되는 요즘, 경제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해 둬야하는 수험생들도 부담없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책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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