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일본 다도 실습 … 울산대 강의실이 다다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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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서울) 학생들이 '일본의 다도문화' 실습 수업을 받고 있다. 침묵 속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일본인 다도 사범(中)의 시범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민동기 기자

13일 울산대 한 강의실. 창에는 일본 고성(古城)의 그림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다. 진열장에는 일본 인형과 전통 의상이 보인다. 일본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울산대가 자랑하는 '후지노마(후지산방)'다. 30여 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일본인 교수의 원어 강의를 듣고 있다. 울산대는 후지노마를 수업뿐 아니라 학생들이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문과에서는 '일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어는 기본일 뿐이다. 학생들은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일본을 느끼고, 익히고' 있었다. 대학들도 단순히 일본어.일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문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양대 김영순(학과장) 교수는 "일본을 알지 못한 채 일본어만 잘하면 기능인에 불과하다"며 "일본 문화, 일본인의 정신세계 등 일본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어가 아니라 일본을 배운다="옆 사람에게 '오사키니(먼저 마시겠습니다)'하세요."

11일 오전 중앙대(서울)의 다도(茶道)방. '일본의 다도 문화' 실습 수업이 진행 중이다. 2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있지만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는 일본인 다도 사범의 설명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다. 떠들기 좋아하는 20대 젊은이들이 엄숙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일본 전통 다도를 배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 우지연(2학년)씨는 "여기서는 몸과 마음가짐을 차분히 하게 된다"며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일본인의 생활습관을 다도를 통해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다테마에(겉으로 하는 말)'와 '혼네(본심)'가 다르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선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이런 일본을 가르치기 위해 각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동국대(서울)의 '일본학의 이해', 울산대의 '일본인의 생활', 인제대의 '현대 일본 사회와 문화', 중앙대(안성)와 창원대의 '일본 사정', 한국외대(서울.용인)의 '일본 문화의 이해' 등은 일본을 배우는 대표적인 과목들이다. 이들 과목은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직접 조사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정한 주제는 다양하다. '천황제와 일본' '일본의 성문화' '일본의 온천과 목욕 문화' '전통 행사와 마쓰리(일본 전통 축제)' '일본의 음식문화' '일본인의 직장 생활' '일본인과 자살'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을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영화.드라마.가요.만화.애니메이션 등 일본의 대중문화를 통해 일본인의 인간관계.생활상을 배우는 과목도 있다. 상명대(천안)의 '일본 대중문화 탐구', 중앙대(서울)의 '대중문화론', 인제대의 '일본 대중문화의 이해', 창원대의 '영상을 통해 본 일본 문화' 등이다. 이런 과목들은 멀티미디어 시설을 활용해 영화나 드라마 등을 직접 상영한 뒤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인기도 높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가르치는 '시사 일본어' '인터넷 일본어' 등의 수업은 독도, 신사 참배, 일본 교과서 문제 등 한.일 관계의 민감한 현안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만개하는 동아리 활동=5월 창원대 교정에서는 일문과 학생들이 일본 전통 축제 봉오도리(추석춤) 공연을 했다. 머리끈을 묶고 나막신을 신은 일본 전통 복장의 학생 40여 명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일본어로 후렴과 선창을 반복했다. 학생들은 5년 전부터 지역 일본인 부인회의 도움으로 매년 봉오도리 공연을 하며 일본을 체험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어 연극 공연이나 일본어 스피치 연습, 시사 토론연구 등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생 자치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건양대는 지난해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아즈망가대왕' 일어판에 한글 자막을 넣어 지역 고등학생 등 400여 명을 초청해 상영했다. 목소리로 등장한 20여 명의 성우는 모두 이 대학 학생이었다. 이회진(2학년)씨는 "두 달간 MP3에 대사를 담아 들으며 연습했다"며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학생 역을 맡았는데 캐릭터와 일치된 느낌, 일본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6년 대학평가팀>

▶종합평가: 김남중(팀장).양영유 차장, 이상렬.강홍준.고정애.이원진.박수련 기자 ▶교육학과: 남궁욱 기자 ▶자동차공학과: 김승현 기자 ▶일어일문학과: 민동기 기자 ▶설문조사: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리서치 앤 리서치

일어일문학과 평가 지표별 세부 순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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