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눈물 바다… 서대구市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1동 서대구시장. 경북 봉화군 청량산 관광길에 일어난 버스 추락 참사로 시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 곳 1백여 점포의 상인들은 이날 내내 일손을 잡지 못했다.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며 비통해 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3~5평짜리의 작은 점포를 운영하며 악착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어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 곳 상인들이 주축이 돼 '미봉산악회'를 만든 만큼 회원이 아닌 상인들도 남의 일이 아닌 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로 숨진 이정숙(55.여)씨의 유창내의백화점 등 옆 가게 세군데는 나란히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이씨의 가게 셔터에는 '상중(喪中)'이란 글이 붙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씨의 이웃인 김옥순(50.여.봉황불교용품점)씨와 태옥춘(50.여.낙원떡집)씨는 중상을 입고 영남대병원과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이씨는 30여년간 이 동네에 살며 식육점을 하다 10년전부터 속옷가게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이씨 가게 맞은 편에서 식육점을 하는 조정자씨는 "남편과 네 자녀 뒷바라지에 고생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좋은 친구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와 태씨의 부상 소식에 주민들은 "하루빨리 회복돼 다시 일터로 나와야 할텐데"라며 쾌유를 빌었다. 사고로 숨진 유영임(54.여)씨는 오는 12월 막내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숨진 박태수(63.여)씨의 남편 김석술(68)씨는 "아내는 매달 한번씩 가는 산악회의 등산이 유일한 낙이었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오열했다.

사망자들이 안치된 경북대.영남대병원 등에는 이날도 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한편 1997년 결성된 미봉산악회는 이번 사고로 숨진 지병연(65.여)회장 등 40여명이 가입해 있으며 매달 2~3차례씩 정기 산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