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백여명 “콘크리트 생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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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강제징용 일발전소 건설현장서 학살당해/72년 유골 발견… 그동안 숨겨와
【신석=연합】 강제징용으로 일본의 한 발전소 건설현장에 끌려가 혹사당하던 한국인 8백명중 최소한 1백여명이 산채로 콘크리트 더미에 생매장되는 등 참혹하게 학살된 사실이 밝혀져 일본인의 잔혹성에 또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나카쓰가와(중진천) 조선인학살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참상의 현장은 재일교포 북송창구로 유명한 니가타(신석)시 남쪽 20㎞지점의 산간마을 고이데(소출)읍으로부터 10여㎞ 떨어진 나카쓰가와 발전소로 68년전인 1922년 7월을 전후 이 발전소공사에 동원됐던 한국인중 1백여명이 중노동과 갖은 학대에 항의하다 일본인 공사감독들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 사실이 한 일본인교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확인됐다.
20년대초 연간 7만5천㎾의 전력을 생산,동양제1의 수력발전소로 불리던 나카쓰가와 발전소공사와 저수지 댐공사에는 모두 8백여명의 한국인들이 투입돼 하루 17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던 곳으로 지난72년 이발전소의 발전용량확장공사를 위해 일본인 인부들이 통수관(수원지로부터 물이 흘러내리는 관) 교체작업을 하던 도중 콘크리트 벽안에서 인골을 발견하면서 50여년동안 은폐돼왔던 「학살」의 진상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발전용량을 15만㎾로 끌어올리는 공사에 동원됐던 인부들은 통수관 주위의 콘크리트벽을 해머로 부수다 맥없이 주저앉은 콘크리트공동 안에서 손발이 묶인채 완전부패하지 않은 사람의 시체와 함께 수많은 유골을 발견하게 됐다는것.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겁에 질린 인부들이 작업을 거부하자 공사현장감독은 술을 먹여가며 공사를 독려한 끝에 이곳에서 유골만 라면박스 2개분량을 추려냈으며 그래도 유골이 계속나오자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벽안의 유골발견으로 모습을 드러낸 「나카쓰가와 학살사건」은 그뒤 이소식을 전해들은 인근 고이데고교 역사교사 사토 다이치(좌등태치)씨가 지난80년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증언을 듣는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그 전모의 일부가 밝혀지게 됐다.
사토교사는 당초 이 발전소건설공사에는 살인범 등 주로 일본인죄수들이 동원됐으나 인력이 달리면서 한국인들이 투입되기 시작했으며 생사여탈권을 가진 공사감독은 한국인들에게 대한 린치ㆍ고문ㆍ학대를 밤낮으로 자행한 사실을 조사를 통해 확인할수 있었다.
또 희생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같은 학대에 항의하거나 도주하다 붙잡혀 무참히 학살된후 저수지ㆍ인근냇가ㆍ야산 등에 버려졌으며 공사감독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던 한국인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죽은 사람의 일부시체를 다리ㆍ나무 등에 매달아 위협적인 수단으로 삼았던 사실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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