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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척결 이제 시작이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정부는 재벌기업의 부동산매각과 이와 관련된 은행장들의 문책,상습투기꾼들의 명단공개등 경제·사회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정부는 이어 3급이상 공직자의 비리조사등 특별사정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이러한 잇따른 조치가 이른바 「총체적 난국」의 해결은 문제의 근본에 대한 과감한 수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부가 이제는 인식한 결과라고 믿고 싶다. 갑작스런 고단위 처방과 강수들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고 나름대로의 부작용도 예상되는 것이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불가피한 응급조치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우리는 이들 조치가 형식적인데 그치지 않는다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불만에 찬 사회분위기를 바꾸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이들 조치가 얼마나 보편성·일관성을 지니며 지속성있게 추진되느냐에 있다. 공직자의 비리척결 작업이나 부동산 투기의 단속등은 지난날에도 여러차례 있어온 것이나 하나같이 실패로 끝나 버린 것은 그것들이 수순에 있어 문제가 있었고 일관성이나 지속성있게 추진되지 못했던 탓인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벌써 재계에서는 기왕 부동산투기를 잡으려면 정치인이나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불만이 근거있는 것이라면 역시 예외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습 투기꾼의 명단에 사회지도층 인사의 이름이 일부 포함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보고 듣기에도 드러나지 않은 상습투기자들은 아직도 많으며 이들은 정부의 의지와 조치들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공직자의 비리조사도 기계적으로 3급이상으로 국한시킬 일은 아니다. 중앙부서와 지방부서를 가릴것 없이 이권부서 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가 광범하다는 것이 일반의 인식이다. 가령 부동산 투기만해도 비단 금융기관들뿐 아니라 관련된 일선 공무원들의 묵인없이는 행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재벌급·은행장및 3급이상 공직자부터 손을 댄 것은 올바른 순서이나 바람은 점차 아래에까지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투기바람도 잠재울 수 있고 풀릴대로 풀린 공직기강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다.
현 난국의 핵심은 전·월세 파동이나 9일에 있은 대학생시위에의 시민호응에서 보듯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의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있다.
따라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비단 대기업가나 고위 공직자만이 아니라 모든 「가진자」들이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 양보는 손해가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최근 시책들은 6공들어 가장 강도높은 것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그것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의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그것들은 확산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또 그것은 단지 행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로 정착될때 정부조치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되살아 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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