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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지금도 많은데 계속 쏟아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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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지만 그 어려움의 이면에는 부동산 중개업자 간의 지나친 경쟁과 시장질서 파괴가 한몫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사에서는 현재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23만 명이지만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중개인은 8만 명도 채 안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무려 15만 명의 자격증이 사장되거나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본래 공인중개사 제도는 시장질서를 회복하고 부동산정책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제는 남발로 인해 되레 시장 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보이면 자격증이 어느 정도 소화되겠지만 현재는 자격증이 너무 많이 발급돼 당분간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올 연말에는 또 수많은 자격증이 양산될 계획이고 보면 부동산 중개사 자격은 이제 그 가치나 경쟁력 면에서 거의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수요가 없는 자격증 남발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중개사 자격증을 계속 양산하려고 한다. 잘 모르는 국민을 쓸데없이 공부시키는 형국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자격증이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이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