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투쟁 한계 단체 협상 주력|현대자노조 조업결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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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울산 현대그룹 12개 계열사의 연대파업을 주도해온 현대자동차노조 (위원강 이상범)가 4일 극적인 정상조업을 결의함에 따라 현대중공업 공권력투입과 관련한 현대계열사노조의 동조파업사태는 사실상 일단락 됐다.
현대자동차노조가 이같이 투쟁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실질적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연대파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정부 투쟁을 계속할 경우 승산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회사측과의 단체 교섭에서도 실리를 얻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자동차노조는 3일 오전11시 중앙대책외원희(정원 26명중 23명 참석)를 열어 동조파업종료 일인 4일 이후의 행동방향을 논의, 집행부가 내놓은 조업정상화안을 약4시간에 걸친 난상토론과 찬반투표 끝에 통과시켰다.
무기한 파업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정상조업을 역설하는 온건파가 한치의 양보없이 대립, 격론을 벌이는 와중에서 이위원장이 정상조업 쪽에 캐스팅보트를 던져 12대 l1로 집행부안이 가결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이같은 방향선회 배경에는 현대중공업 파업근로자와의 연대투쟁보다 「단체협상 및임금투쟁」이란 내부문제에 힘을 쏟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위원장은 이와 관련, 『연대파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투쟁 일변도로는 노동운동이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노조는 퇴직금 누진제·무노동 무임금문제 등이 걸려 지난달 27일 제23차 단체협상이 결렬된데다 현대중공업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지난달 27일 쟁의발생신고를 하고 즉시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87년 초대노조집행부 출범 후 노조가 조합원들의 뜻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데다 집행부가 지난해 12월 회사와 상여금 협상을 하면서 조합원의 조퇴·지각 등에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선례를 남기는 등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때문에 현대자동차노조는 올 단체협상은 어떻게든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번 연대파업을 주도한 것은 회사측에 노조의 힘과 단결력을 과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4일간의 파업으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으므로 정상조업을 재개 회사측을 단체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한편 냉각기간 중의 파업도 합법화시킨다는 전략.
그러나 이같은 정상조업결정은 상당한 후유증이 따를 전망이다.
3일 정상화여부를 논의한 중앙대책위회의 중 집행부가 정상조업안을 냈다는 소식에 접한 강성대의원 30여명이 노조 사무실로 들어와 거세게 항의한 것을 비롯, 찬반표결 끝에 정상조업이 결정되자 조합원 1천여명이 노조사무실 앞으로 몰러와『위원장은 사퇴하라』 『총회를 개최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1시간동안 농성을 벌였다.
또 조업정상화결정이 3일 새벽 강성 노조운영위원인 김강희 (29· 트럭생산부)·박평용씨 (34· 생산관리1부) 등 2명이 집에서 경찰에 연행된 이후 불과 몇 시간만에 이들이 참석치 못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려졌다는 사실도 이들의 석방을 거세게 요구하던 조합원들을 자극시키고있다.
노조측은 4일 1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가운데 조합원총회를 열어 정상조업여부를 기립표결에 부쳐 60% 찬성으로 통과시켰으나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 1천여명이 표결방식 등에 항의하며 위원장 즉각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현대계열사들의 분규는 이들에 대한 성의있는 설득이 가장 큰 관건으로 지적되고있다. 【울산=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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