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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바뀌면 단락 나눠야하는데…

중앙일보

입력

"김태희는 예쁘다."
그렇다. 분명 김태희는 예쁘다. 그렇지만 겨우 이렇게 한 문장으로 김태희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말기엔 아무래도 뭔가 부족하다. 그럼 여기에 한 문장을 더 붙여 보면 어떨까.

"왜냐하면 그녀는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지적인 아름다움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렇군. 김태희는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머리도 좋았지!

논리란 바로 이렇게 태어난다.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합당한 논거를 통해 논증하는 과정 속에서 글은 비로소 논리를 가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그럴싸한 중심 문장들만 늘어놓는다고 해서 제대로 된 논술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논술문에서 이러한 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바로 '단락'이다.

사실 단락만 제대로 만들 줄 알면 논술은 끝난다. 논술은 감정이 아닌 논리로 사고하는 글이고, 단락은 논리를 구성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각 대학의 논술 문제는 긴 글이 아니라 300~400자 정도의 짧은 답안을 여러 개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여기에서 문제는 제대로 된 단락 만들기로 귀결된다.

다시 김태희로 돌아가 보자. "김태희는 예쁘다. 왜냐하면 그녀는 ~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심 문장은 맨 앞 문장이다. 그런데 이 단락에 난데없이 "근데, 전지현도 예쁘더라"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생뚱맞다. 하나의 단락에 주제문은 오직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 문장만 나열하는 논술은 바로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글은 논리적 일관성을 잃는다. 하나의 단락에 중심 문장은 오직 하나다. 주제가 바뀌면 반드시 단락도 나뉘어야 한다.

그럼 단락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정해진 길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락이 너무 짧으면 글의 내용에 깊이가 없어지고, 너무 길면 글이 늘어지고 산만해지기 쉽다. 400자 내외를 요구하는 논제라면 그냥 하나의 단락으로, 600자 문제라면 두 개의 단락으로 나누는 것이 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단락 쓰기를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중심 문장을 구체화하라는 말도, 글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말도 알겠는데 원고지 앞에만 있으면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했던 말만 되풀이하게 돼 고민"이라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느끼는 이런 부담스런 문제들은 요령만 알면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즉, 문장이 끝날 때마다 그 뒤에 접속어를 붙여보면서 새로운 문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즉~(주장의 구체화)' '왜냐하면, ~때문에(논리적인 근거)''가령, 요컨대, 예를 들어~(예시)' '그런데, 그러나, 만약~라면(반론의 가능성 혹은 현실의 상황)''그러므로, 따라서, 결국~(주제의 부연·반복·강화)''이를 위해~(대안·방안)' 등의 접속어를 쓰면 의외로 아주 쉽게 머릿속에 다음 문장이 떠오르게 된다.

예컨대'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주제문을 가정해 보자. 이 문장 바로 뒤에 다양한 접속어를 붙여봄으로써 그 다음에 올 문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왜냐하면, 역사란 기본적으로 시대에 따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역사가 특정한 시각에 의해 임시로 기술된 재구성물이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역사를 바라보는 이러한 다양한 시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따라서~" 와 같은 방식으로 한 번에 단락 전체가 아니라, 한 문장씩 차근차근 생각을 키워나가는 게 단락을 만드는 좀더 쉬운 방법이다.

단락의 핵심은 논리, 논리의 핵심은 주제의 구체화다. 그리고 이렇게 뒷받침 문장을 통해 중심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이 곧 논술의 과정이다. 긴 논술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짧은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한 단락씩 만들어보는 훈련을 해보자. 덤으로 팁 하나. 사실 구술면접이나 심층면접도 이런 단락 만들기 연습을 통해 준비할 수 있다. 결국 김태희 같은 아름다운 논술은 잘 만들어진 단락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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