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동상 베를린행 차질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고 손기정(孫基禎) 선수의 청동 동상이 70년 전 마라톤을 제패했던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지금껏 'SON JAPAN'으로 소개돼온 그가 저 세상에서나마 '국적(國籍)'을 되찾기 위해 손기정기념재단과 한국노총이 기획한 것이었다.

그러나 손 선수의 동상은 베를린으로 떠나기는커녕 다시 포장이 된 채 경기도 평택의 제작실로 되돌아갔다고 조선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유는 단 한 가지, 1억여원 가까운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제패 7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의 김성태(金聖泰.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위원장은 "세상이 말로만 자주를 외치고 정작 자주를 찾아야 할 시점에는 나 몰라라 하더라"며 씁쓸해 했다.

고육지책으로 손기정기념재단은 오는 10월쯤 손기정 순금 기념메달을 판매해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증받아 이 청동상을 베를린으로 옮기는 자금으로 쓰기로 하고 최근 한국조폐공사와 합의했다.

하지만 가격이 3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메달이 얼마나 팔릴지, 또 그 수익금이 언제쯤 전해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때까지 손기정 선수의 청동상은 답답한 비닐포장 속에서 마냥 기다려야 할 운명이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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