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입사 '모의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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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중섭의 '소'죠. 이중섭 타계 50주년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18일 저녁 서울 충정로의 공기업.국정원 시험 전문학원인 W취업아카데미 강의실. 수강생 60여 명이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이 강의는 이달 새로 연 '삼성 SSAT 대비 특강'.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선발을 위해 24일 치르는 직무적성검사(SSAT)를 보려는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다. 특강의 수강료는 열흘에 20만원.

올 상반기 인턴 선발 SSAT에서 떨어졌다는 성균관대 김모(25)군은 "학교에서 '대기업 준비법'에 대한 특강도 하고 정보도 주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얻을 수 없어 학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취업에도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진 데다 기업들의 전형이 까다로워지면서 공무원 시험처럼 대기업 시험도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두산.SK 모의고사도 등장=대표적인 사교육은 사설업체가 실시하는 '직무적성검사 모의고사'다. 지난해 처음 생겨난 오프라인 모의고사는 이달에만 전국 40여 개 대학에서 사설업체에 의뢰해 시험을 봤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17일 한양대에서 한 취업포털이 개최한 '삼성 SSAT 모의고사'에는 3만5000원이라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정원(400명)을 뛰어넘는 500명이 몰렸다. 모의고사를 두 번째 본 한양대 김세환(26)군은 "직무적성검사는 시간 안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전과 똑같이 연습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삼성뿐 아니라 LG.두산.SK 등 기업별 모의고사까지 생겼다. 한 취업포털이 실시하는 이달 말 두산 직무적성검사(DCAT) 모의고사와 다음달 SK종합적성검사 모의고사에도 각각 수백 명이 신청한 상태다. 이 회사의 김태희 책임연구원은 "기업마다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직무적성검사의 문제 유형과 공부법도 조금씩 다르다"고 주장했다.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내는 업체도 10곳이 넘는다. 문제집을 낸 Y고시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네댓 개 업체가 새로 책을 내고 있다"며 "책을 사면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 일대일 면접 과외도 성행=면접이 강화되면서 '일대일 족집게 과외'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의 H스피치학원에는 최근 취업 시즌을 맞아 취업 준비생 수십 명이 등록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은 대부분 개인지도를 받고 싶어 한다"며 "개인지도에서는 면접 예상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수험생의 화술뿐 아니라 표정과 자세, 복장까지 '이미지 메이킹'을 해준다"고 밝혔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뜻이다. 연세대 김준성 취업정보 부실장은 "대기업 경쟁률이 워낙 높다 보니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토익과 학점보다는 자체 직무적성검사나 면접을 강화함에 따라 특정 기업에 맞는 요령을 익힐 필요성이 생긴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삼성그룹 인력개발 담당자는 "직무적성검사는 평상시 자질을 보기 때문에 단기간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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