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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는 "결혼 5년 안에 내집 마련했다" … 앞으로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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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국사회학회가 공동 조사한 '중산층 의식조사'는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것으로는 사실상 첫 조사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가 망라됐다. 조사 대상 1515명을 면접한 뒤 홍두승 서울대 교수가 제시한 중산층 기준에 따라 다시 계층을 분류했다.

◆ 전국 1515명 면접조사

중산층은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생활기회, 교육수준, 직업적 지위 등 비경제적인 요소가 포함됐다는 입장에서 분류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간 계급, 2년제 대학 이상, 월평균 소득 300만원, 30평 이상 주택 거주의 네 가지 기준 가운데 세 가지를 충족하면 '핵심적 중산층', 두 가지에 해당하면 '주변적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른 핵심적 중산층은 42.6%이고, 주변적 중산층은 29.4%다. 여기서는 주로 핵심적 중산층(이하 중산층)의 응답을 소개한다.

# 중산층 특성은

기준으론 중산층인데 64%가 "나는 아니다"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중산층 기준이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실제 월 가구소득의 중간값은 400만원인데도,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월평균 500만~999만원'이라는 응답이 44.5%에 달했다.'300만~399만원'은 21.7%, '400만~499만원'은 14.7%였다. 또 중산층이 평균적으로 시가 1억~3억원의 34평짜리 주택에 살면서도, 부동산.주식.저축 등 재산이'10억~19억원'은 있어야 중산층이라는 응답이 30%나 됐다. '5억원 미만'은 그보다 적은 25.9%였다.

중산층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경제적 여유.부자'가 40.9%로 가장 많았다. '고급주택.고급아파트'(10.6%),'주택.부동산'(9.9%)의 순이었다. '보통사람'이 떠오른다는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이처럼 중산층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는 현상 때문에 실제로는 중산층이면서도 '중산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4.9%나 됐다. 조동기 동국대 교수는 "사람들이 중산층의 기준을 상층에 버금가게 맞춰놓고 있다"며 "이런 인식은 객관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고 주관적인 느낌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직업별로는 사무직은 중산층 58.3%, 하층 9.8%였고, 판매직은 중산층 44.5%, 하층 24.8%로 중산층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생산직은 중산층 17.2%, 하층 55.2%, 농어민은 중산층 17%, 하층 53.2%로 하층이 많았다.

학력별로 중산층의 분포에 큰 차이가 있다. '대학 재학 이상'은 응답자의 76%가 중산층에 속한다. 하층은 0.5%에 그쳤다. '고졸'은 반대로 하층이 41.1%로 가장 많고, 중산층이 23.9%로 나타났다. '중졸 이하'는 59.6%가 하층이고, 중산층은 9.9%에 불과했다. 가구 소득도 중산층은 월 400만원인 데 비해 하층은 100만원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10년 뒤 '중산층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60.4%에 달했다. 직업별로는 정규직 피고용자의 75%가 이렇게 답했다. 자영업자(60.3%)와 비정규직 피고용자(58.6%)는 처졌다. 사업주는 71.4%가 '상층에 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 정치적 견해는

30 ~ 40대 중산층 성향 보수 30% - 진보 28%

중산층 중에도 연령에 따라 이념 성향에 큰 차이를 보였다. 50세 이상 중산층은 보수가 44.8%로 진보(10.4%)를 압도했으나 30~49세에서는 보수(30.2%)와 진보(28.5%)가 엇비슷하다. 이어 20~29세는 보수(19.7%)와 진보(25.8%)가 역전됐다.

중산층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약간 많았다. 북한 인권개선 결의안 참여는 찬성이 우세하다.

중산층은 전체 응답자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전체 응답자는 정치에 '관심있다'(28.3%)에 비해 '관심없다'(48.1%)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중산층은 '관심있다'30.4%, '관심없다'42.6%로 차이가 줄어든다.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41.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중산층은 그보다 많은 47.3%가'그렇다'고 답했다. 가족외의 사람에게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27.2%)보다 중산층(30.6%)에서 많았다. 또 정치적인 집회나 시위에 참석해 보았다는 응답도 전체(10.3%)보다 중산층(11.3%)이 높았다. 그러나 정당원으로 직접 활동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7.3%)보다 중산층(5.6%)이 적었다.

북한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협력 대상'(41%), '안전을 위협하는 적대적인 대상'(19.1%), '도와줘야할 대상'(18.8%), '발전을 가로막는 경계 대상'(17.5%)의 순이었다. 중산층은 '협력 대상'이라는 응답이 44.8%로 더 많은 대신 나머지 응답이 전체 응답자에 비해 조금씩 낮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전체의 32.9%, 중산층은 그보다 적은 29.7%였다. '김정일이 그런대로 북한을 잘 이끌어가는 지도자'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8.1%, 중산층은 그보다 적은 15.1%였다. 중산층이 김정일에 대해 더 비판적인 것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해도 대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대답한 중산층은 17.9%에 그쳤다.

# 주머니 사정은

5년 전 소득 비교하니 "오히려 줄었다" 41%

중산층의 51.7%가 생활비 가운데 5년 전에 비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자녀 교육비'라고 답했다.'식료품비'(8%),'보건의료비'(4.9%)가 뒤를 이었다.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로 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층도 '자녀 교육비'라는 응답이 32.6%에 달해 교육비 문제가 전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 가족 소유의 집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76.1%로 압도적이었고, '그렇지 않다'는 12.1%에 불과했다. 중산층의 주택 면적은 '30~50평'이 70.7%로 가장 많았고, '30평 미만'은 22.6%, '50평 이상'은 6.7%였다. 평균은 34평.

중산층의 주택마련 시기는 '결혼 후 5년 미만'이 42.6%로 가장 많았고, '10~15년'(19.9%),'5~10년'(16.5%)의 순이었다. '결혼 전에 마련했다'는 응답도 8.2%에 달했으나 '20년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5.2%나 됐다. 주택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은 '생활환경'(49.9%),'교통'(15.2%),'주택가격'(8.5%),'교육여건'(8.2%)순이었다.

빚을 지게되는 주요 원인은 '주택자금'이 45.7%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금'(36.6%),'생활비'(6.3%),'교육비'(5.7%) 등의 순이었다.

고가주택 중과세에 대해서는 중산층의 47.1%가 찬성하고, 34.4%가 반대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부유한 사람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3분의 2에 달했다. 5년 전에 비해 소득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9.2%인 반면 '감소했다'는 40.6%에 달했다. 소득을 낮다(0)에서 높다(10)까지 11개의 구간으로 나눴을 때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소득이 낮다'(0~3)에 속한다는 응답이 55.3%에 달했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하나 자녀를 대학까지 보낼 수 있고, 여름휴가엔 가족여행을 할 수 있고, 문화적 생활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다'면 이 사람이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것 같다'는 응답이 51%로 절반을 넘었다.

# 생활과 사고 방식은

"외국 사위.며느리 OK" 자녀 국제결혼에 유연

중산층이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중산층은 못사는 사람들의 요구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이 38%로 '아니다'(23.4%)보다 많았다.'중산층이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잘 지킨다'는 응답은 25.7%로 '아니다'(27%)와 엇비슷하게 나뉘었다. 중산층이 사회발전에 공을 세웠지만 소외집단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다.

자녀가 몇 년 동안 교육받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학 이상(16년)의 교육을 원했다. 50대 미만이 16.8년으로 50대 이상(16.2년)보다 더 길었다. 한편 하층도 16년 이상으로 답해 계층에 관계없이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을 드러냈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보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대 미만은 2.6%에 그치지만 40대는 10.2%, 대학 진학이나 졸업자 자녀를 가진 50대 이상은 15.8%로 치솟았다. 또 전체적으로 자녀를 해외유학 보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5.6%로 절반을 넘었다.

사랑한다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해도 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9.7%였다. 중산층은 그보다 많은 4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원한다면 한국에 살도록 허락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4.5%, 중산층은 더 높은 46.1%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외국인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삿짐 직원에게 식사비를 줄 의향이 있는지와 명절.연말에 경비아저씨에게 선물이나 음식을 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히 70% 이상의 중산층이 '있다'고 답했다. 하층보다는 중산층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어렸을 때 피아노.바이올린 등 악기연주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40대 미만 중산층에서 24.8%로 가장 높았다. 40대 중산층은 12.4%, 50대 이상은 8.4%로 낮아졌다. 20세 이전에 가족들과 영화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44.7%였다. '연극.대중음악 공연'(25.4%),'미술 전시회'(23.1%) 등을 가족과 같이 간 경험은 영화보다는 적었다.

◆ 특별취재팀=고현곤(팀장), 양영유.정철근(사회부문), 나현철.김준술.손해용.임장혁(경제부문), 장정훈(디지털뉴스부문), 변선구.최승식(사진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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