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연고전 내일부터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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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영원한 맞수' 연세대와 고려대가 스포츠를 통해 우정을 다지는 2006 정기 연.고전(올해는 고려대 주최)이 22일과 23일 잠실과 목동에서 열린다. 1965년 첫 대회가 시작된 후 올해로 41년째를 맞는 연.고전은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미국의 하버드-예일, 일본의 와세다-게이오대의 교류전과 함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스포츠 축제다.

◆ '신촌 독수리' 연세대

14일 저녁 총장공관 앞뜰에서 '선수단 격려의 밤' 행사가 열렸다. 모두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4승1패의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기면 따뜻한 음식, 지면 찬 음식을 먹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이병무(아세아시멘트 회장) 동문회장은 "올해도 따뜻한 음식을 먹어봅시다"라며 부드럽게 격려사를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표정이 굳어 있는 쪽이 있었다. 농구부였다. 지난해 '다른 종목은 다 져도 농구만은 이긴다'고 했는데 1점 차로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이자 주장인 가드 김태술(4년)은 "입학 후 3년간 운동한 것보다 올 한 해 운동량이 더 많았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겨울과 여름방학 동안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나눠 하루 8시간 훈련을 했다고 한다. 18일 단국대에서 마지막 연습경기를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국가대표 포워드 양희종(4년)은 NBA급 탄력을 과시했고, 슈터 이광재(4년)도 고감도 장거리슛을 퍼부었다. 결과는 103-65의 대승. 박건연 감독은 "지난해는 나도 선수들도 방심했었다. 올해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학교 앞 연세로에는 '고대, 이건 아니잖~아' '고대의 준우승을 축하합니다' 등 재치 있는 표현을 담은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축제는 시작됐다.

정영재 기자

◆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

개운사 입구에서부터 고려대의 승리를 기원하며 학교 앞 주민들이 내건 수백 개의 크림슨색 현수막이 축제가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19일, 올해 개관한 화정체육관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등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정식을 했다. 지난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1승4패로 참패를 당한 고려대는 5개 부서 모두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피나는 훈련을 해왔다.

정기전이 모국에서의 지도자 데뷔전이 된 '러시아 특급' 이용민 아이스하키 감독은 "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5월부터 철저히 대비해 왔다"고 했다. 최근 실업팀 안양 한라와의 연습경기에서 무릎 근육을 다쳤으나 압박붕대를 감고 돌아온 주장 곽준호(4년)는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모든 선수가 링크에서 쓰러질 각오로 뛰겠다"고 했다.

농구부도 필승을 자신하고 있다. 진효준 감독은 "연세대의 외곽슛이 좋지만 우리는 센터와 포워드진이 강하다. 봄에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주포 김영환이 완전히 회복됐고 1년생 센터 하재필과 2년생 센터 김동민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고 했다.

김진보 응원단장(4년)은 "6월부터 하루 7시간 이상 연습을 해왔다. 시대에 맞는 랩송 등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응원단 의상도 새롭다. 고구려의 기백을 표현하기 위해 TV드라마 '주몽'에 나오는 장군복이 등장할 예정이다.

성백유 기자

▶홍복기 연세대 체육위원장(법과대 학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압승이다. 야구는 7월 대통령기에서 고대를 13-5로 대파하고 우승했다. 자신감을 앞세워 서전을 멋지게 장식할 것이다. 아이스하키는 최근 8차례 정기전에서 6승2무로 고대를 압도했다. 농구는 지난해 억울하게 졌지만 올해는 두 배로 갚아줄 것이다. 럭비는 지난해 큰 감동을 안겨줬다.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종료 직전 기적의 트라이를 성공시켜 이겼다. 올해도 전력이 떨어진다는 예측을 보기 좋게 뒤엎을 것이다. 축구는 지난해 2-0 압승의 여세를 몰아 멋진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다. 경기뿐 아니라 응원과 매너에서도 승리를 거둘 것이다.

▶김기형 고려대 체육위원장(체육교육과 교수)

올해는 3승2패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축구와 럭비는 우리가 월등하게 우세하다. 축구는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럭비는 올 시즌 3관왕이다. 야구와 농구는 호각세로 본다. 아이스하키가 전력상 열세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용민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고려대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고.연전 승패는 항상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의 대학선수들처럼 학생 선수로서 경기를 통해 배운다는 자세로 정정당당히 싸운다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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