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기량이냐 해프닝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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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주 세계골프 4대 타이틀중 첫 이벤트인 마스터스대회(미국 어거스터CC)에서 작년 시즌까지 사실상의 세계랭킹1위로 평가되어온 그래그 노먼이 어처구니없게도 첫 라운드에서 78타를 친 것이 화근이 되어 예선탈락의 대망신을 당하더니 남서울CC에서 열린 아시아서키트 9차전인 매경오픈에서는 한국의 최고수 최상호(최상호)프로가 1라운드 82타의 아마추어 스코어로 역시 결선에 나가지도 못하는 일생일대의 수치를 안았다.
참으로 잘될듯 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않는 「애먹이는 스포츠」, 자칫하면 엉망이 되어버리기 일쑤인 「다루기 힘든 스포츠」가 골프임에 틀림없다. 노먼이나 최의 참담한 심정은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런데 골프에는 정반대로 「형언하기 어려운 환희」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번 매경오픈에서 상품으로 벤츠승용차가 걸린 17번홀(파3)에서의 홀인원 주인공이 그런 무아(무아)의 순간을 맛보게 될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될 확률은 실감할수 없는 기대밖의 것이다. 더구나 작년대회때 한국의 박남신(박남신)프로가 이 기적의 홀인원을 해내어 1천만원의 상금을 탄바 있어 특정대회의 2년연속 홀인원 실현 확률은 더욱 낮아질수밖에 없다.
1백m내지 길게는 2백20m정도의 파3 숏홀에서 단 한번의 스윙으로 공을 맥주병 몸통크기의 구멍에 집어넣는 홀인원이란 묘기는 사실 재주라기보다 다분히 억센 행운의 해프닝이라 할수있다.
명수 최프로가 아직까지도 홀인원을 해보지 못한 반면 지난88년4월엔 40대의 김모씨(회사원)가 골프를 배운지 약 한달만에 「머리얹으러」 태광CC를 찾았다가 홀인원을 횡재한 적이 있음이 이를 갈 반증하고 있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지에 따르면 홀인원의 행운은 아마골퍼는 1만1천분의1, 프로골퍼는 7백50분지1의 확률로 각각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확률이 높은것으로 나타나있다.
지난해 국내 43개골프장에서는 5백30명이 5백32회의 홀인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 내장객수는 3백20여만명이었으므로 홀인원확률은 약6천4백분의1로 미국보다는 상당히 높은셈이다.
세계 골프사상 가장 희한한 진기록은 4명이 같은날 같은 홑에서 홀인원을 작성한것을 단연 으뜸으로 꼽고있다.
이같은 진기록은 역사상 두차례 있었는데 모두 공식대회에서 이룩됐다. 처음은 지난 88년5월 스웨덴 프로서키트대회 라무리자오픈 1라운드에서 나왔고 두번째는 지난해 US오픈대회 2라운드에서 세워졌다. 이같은 훌인원의 확률은 골프다이제스트지에 의하면 무려 60조분의1.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장님할머니가 이틀간 연속 87야드의 1번홀에서 홀인원을 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갈채를 받은 홀인원은 두다리가 절단된 베트남 참전용사가 집념끝에 작성해낸것. 베트남에서 두 다리를 잃은 톰 퀸은 3년간의 연습끝에 다시 골프장에 나서 지난해 4월28일 뉴욕주 마노빌의 백조의 호수CC 1백77야드짜리 17번홀에서 홀인원을 성공시킨것.
기네스북에 의하면 이제까지 홀인원을 성공시킨 최연소 골퍼는 5세이고, 최고령 골퍼는 99세로 알려져있다.
앞에서 홀인원은 운에따른 해프닝이라 했지만 서구의 세계적 프로들의 경우엔 그야말로 기막힌 기량의 정채(정채)로 이뤄지는듯 싶다. 골프의 명인 벤호건도 『나는 보통 핀을 직접 노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많은 홀인원을 기록했을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적이있다. 그도 평생에 네번 홀인원을 했다.
잭 니클로스는 지금까지 15번, 그레그 노먼은 7번, 아놀드 파머는 14번, 샘 스니드는 32번, 커티스 스트레인지 6번, 새버 발러스테로스 2번, 그리고 여자톱클라스인 낸시 로페스9번, 오카모토 아야코와 패트 브래들리가 각각 6번등인 것을 보면 훌인원도 기술이 뛰어나면 많이 할수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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