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한나라당 빅3, '모세'되겠다는 생각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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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빅3, '모세'되겠다는 생각가져야"

남경필 의원은 유난히 성경 얘기를 많이 꺼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성경에서 내년 대선의 해답을 찾고 있었다.

한나라당 지상 최대의 과제는 2007년 12월 대선승리. 현재로서 가능성은 반반이다. 과연 한나라당의 집권은 가능할까?

18일 국회 의원회관 410호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한나라당 남경필(41, 3선.수원팔달) 의원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내년 대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빅3(이명박, 박근혜, 손학규)의 기득권 포기"를 외쳤다.

"대선패배하면 2008년 총선출마 심각하게 고민할 것"

-취임사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목숨을 걸겠다고 했는데, 만약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지면 국회의원직을 그만 둘 건가?

"정치를 그만 둔다, 아니다의 정치목숨은 아니다. 거기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면 그만두겠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옳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여옥 의원은 그만두겠다고 했다) 전여옥 의원은 비례대표니까, 승계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있지만, 나는 지역주민이 선택해 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그만둘 수 없다. 하지만 그 다음 총선에 내가 출마할지 안할지 여부는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속단할 수 없다. 그때 새롭게 당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면 계속해서 해야 되겠지만, 아무튼 현재로서 마음가짐은 그렇다."

-도당위원장 선거가 강도는 약했지만, 친이(親李)-친박(親朴) 대리전 양상을 띤 것 같다. 남 의원의 당선이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는 못마땅할 수도 있겠는데…

"분류표에 의하면 나는 친손(親孫)으로 돼있던데(하하하). (※최근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대선주자와의 친소관계로 분류한 괴문서가 떠돌았다) 이번 선거를 친박 대 반박구도로 몰아가려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뭔지 아나? 성경책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삼국지다. 세 나라가 싸우는 게 재미있어서다. 빅3와 관련해서 어떤 사람을 지지할 거냐?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 지금은 손학규 전 지사가 저평가 돼 있어서 손학규가 3강구도에 들어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양강구도(이명박-박근혜) 가지고는 안된다. 최소한 3강구도로 가야 이 안에서 정치적인 선택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이 생긴다.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 물론 특정 캠프에 이미 몸을 던진 사람 입장에서는 못마땅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집권이 최우선인 사람들은 이런 공감대가 있다."

"나는 한나라당판 '모세'를 기다리고 있다"

-경선을 3강구도로 만들기 위해 손학규 전 지사를 밀고 있을 뿐,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누구를 지지할 건가?

"나는 공동체를 배려하는 시장경제주의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지지하고 싶은 사람은 모세와 같은 사람이다. 모세는 기득권을 버리고 애굽 땅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갔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한 사람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세는 가나안 땅으로 못 들어가고 40년을 헤매다 죽는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 사람은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란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모세를 기억하지, 여호수아를 기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빅3는 모세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내가 이끌고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없다, 다리를 놓겠다, 설사 내가 들어가지 못해도 나를 희생할 수 있다는 모세의 마음을 가진 사람. 나는 한나라당판 모세를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출마? 난 나를 너무 잘 안다"

-기득권 포기란 말이 현재 거론되는 유력주자들이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현재의 대선후보 경선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보나?

"헌법도 고치는데 당헌당규라고 왜 못 바꾸나? 다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보면, 우리 한나라당끼리 뭉치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지난번에 우리끼리 뭉쳐서 2퍼센트 졌다. 그런데 요즘은 한 가지 걱정이 더 생겼다. 전당대회 전까지는 뭉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 안했다. 그때는 한나라당끼리 뭉치고 나머지 세력을 더 잡아와야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당 깨지는 것 걱정하는 판이다. 이게 집권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얘기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거다."

-대통령 출마할 생각이 있나? 수요모임이라든지 소장파 그룹에서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낼 계획을 가지고 있나?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없다. 준비가 안 돼있다. 나는 2강보다는 3강, 3강 보다는 4강 5강이 되면 더 재미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빅3로는 2퍼센트 부족할 수 있다. 후보가 결정되면 한나라당 외 세력과 통합해야한다. 그래서 그 세력 안에서 또 다른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조건이라면 어느 바보가 질 줄 알면서 들어오겠나? 박근혜 대표라든지 특정인한테 기득권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 자체의 기득권포기가 필요하다. 한나라당끼리 똘똘 뭉쳐서 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저들(열린우리당)은 그걸 제일 원하고 있다. 한나라당끼리 똘똘 뭉치면 그 나머지 세력 싹 묶어서 하려는 것 아닌가. 나머지 세력을 우리가 잡아오려면 우리 스스로가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후보의 기득권포기가 제일 중요하다."

"네티즌은 한나라당을 적으로 생각"

-그런 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본받을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 그거 안하고 자기 것 안내놓고 하려고 하면 되겠나. 네티즌들 얘기를 좀 하면, 네티즌들의 가장 큰 특성이 성 부수는 거다. 이 사람들은 성 쌓는 거 싫어한다. 네티즌은 성을 없애고 어디나 참여하고 싶어 해서 거인이 있으면 부수고 싶어 하는 게 네티즌의 속성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성만 쌓으려고 한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을 적으로 생각한다. 싫고 좋고를 떠나서 한나라당이 크고 기득권이고 성을 쌓기 때문에 그걸 부셔야 하는 게 네티즌의 임무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성을 허물고 벽을 없애야한다. 그래서 새로운 세력을 받아들여야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득권을 포기하려는 모세 같은 마음을 가져야 가능하다. 이번에 박근혜 측과 이명박 측이 싸우는 것도 이런 마음가짐이 없기 때문에 저런 현상이 벌어 진거다."

"당지도부, 목표도 없고 당론도 없다"

-강재섭 대표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 테마가 없다. 당론도 없다. 목표도 뭔지 모르겠다. 그냥 매일매일 여당이 내놓거나 우연히 터져 나오는, 또는 언론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응하는 거 밖에 없다. 모여서 아침에 회의만 하고 헤어지는 것 같다. 카메라 오면 몇 마디 얘기하고 그게 다다. 정기국회 끝나면 대선 전략을 짜야 하는데 지금 그걸 짤 데가 없다. 그냥 대통령 후보들이 각자하고 있다. 대선전략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후보 결정되면 후보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 굉장히 위험하다. 기본적으로 정당의 대선 전략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치열하게 논쟁하고 얼굴 붉히면서 토론하는 문화가 없다. 그래서 뒤에 가면 갈등이 일어난다. 그래서 나중에 엄청난 파열음이 일어난다.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다. 지금부터라도 당지도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가 2박3일이든 3박4일이든 며칠 동안 어디 들어가서 당의 방향과 관련된 합의를 봐야한다. 그리고 나서 결과를 내놓으면 안 따라갈 의원들이 어디 있나."

최연희 의원 질문에 "하아 ̄ ̄" 즉답 대신 긴 한숨

-최근 최연희 의원이 정계활동을 재개했는데, 어떻게 보나?

"하아 ̄(긴 한숨 후 한동안 침묵) 국회의원은 명예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이 나겠지만, 정치는 법을 뛰어넘는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 최연희 의원이 법에 다른 판단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그 전에 명예로움을 찾는 결정을 했다면 훨씬 더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시기를 놓친 게 안타깝다."

-지금은 늦었나?

"지금은 많이 늦었다. 그 당시에 딱 버리고 의원직 사퇴했으면, 오히려 거꾸로 잘못은 했지만 본인이 반성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민들이 용서했을 거다. 우리 국민들이 참 선(善)하다. 끝까지 은폐하고 거짓말하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난하지만, 정말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다면 그 용서를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타이밍을 놓쳤다."

-한나라당 복당 얘기가 나오던데, 받아들여야 하나?

"옳지 않다."

"김근태 의장 빼고는 글쎄…"

-여당 내에서 대선주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현재 여당에 있는 후보를 꼽으라면 김근태 의장이 준비를 해나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된다. 최근의 뉴딜행보도 그렇고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은 복지나 분배의 문제에 관해서는 말 안 해도 알지만, 경제성장이나 기업활성화 부문에 관해서는 사실 미흡했다. 그런데 최근에 바뀐 것 같다. 상당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좌초되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유시민, 강금실, 정동영 씨는 어떻게 보나?

"글쎄, 모르겠다. 강금실 씨는 뭘 생각하는지 모르잖아. 얼굴이 좀 예쁘고, 시장 선거 나왔지만, 기존하고 좀 다르다는 건데 그것뿐이다. 유시민 씨도 그분이 어떤 정치적 사안을 가지고 얘기는 많이 했지만, 그 분이 꿈꾸는 나라의 모양을 얘기하는 것을 못 들어봤다. 잘 모르겠다. 정동영 씨도 그 분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 언변이나 연설은 뛰어난데, 마찬가지로 그분이 바라는 나라의 모습이 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혹시 여당후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또 회자되고 있는 분 중에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여당으로 갈) 가능성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분이 해왔던 경제, 사회, 교육정책에 대한 것을 쭉 보면 그런 분이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또 한나라당이 그런 분을 품고 대선후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열린정당이 되면 집권할 수 있다. 정운찬 총장 같은 분을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영입할 수 있는 유연성과 이념적인 지향성을 가져가면 한나라당은 반드시 집권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저런 분을 선점해가면 한나라당 대선은 매우 힘들 거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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