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매력은 기록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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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로야구 시즌에 들어섰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야구의 묘미와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야구는 기록경기라 불린다. 원래 기록경기란 역도·육상과 같이 기록 그 자체가 승패 또는 순위를 결정짓는 경기를 뜻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야구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어떤 팀이 타격기록(타율)이 높거나 투수의 방어기록(방어율)이 좋다고해서 꼭 우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구가 기록경기란 뜻은 승패를 떠나 기록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할 정도로 다양한 기록이 산출된다는 뜻이다. 즉 야구는 기록이 다양한 경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최초의 야구경기는 1846년6월19일 미국 뉴저지주 호보켄의 엘리지안구장에서 열린 뉴욕팀-니커보커팀의 경기다. 남북전쟁당시 북군대령이었던 애브너 더블데이가 영국 고유의 스포츠인 크리킷을 개조, 야구를 창안한 1839년이래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야구경기는 이 경기가 처음.
기록에 따르면 그날 뉴욕은 무려 23-1의 일방적인 점수차로 니커보커를 대파했다. 니커보커는 최초의 야구단이었고 야구규칙의 창안자인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소속돼 있었는데 뉴욕팀을 얕보고 주전급을 출전시키지 않아 망신을 당했던 것.
당시 경기에 적용된 룰은 카트라이트가 만든 것으로 다른 팀들의 동의아래 전미국에서 통용됐다. 이시절의 카트라이트는 규칙의 제정자이자 선수·감독·팀운영·심판등 모든 분야의 개척자였다.
최초의 야구기록법도 카트라이트가 고안해냈다. 이 때의 기록법은 안타와 에러 구별없이 이닝별로 아웃과 출루를 구별하고 득점만을 작성하는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점수와 아웃 카운트만을 기록하던 원시적인 야구 기록법을 현대식 「박스스코어기록법」으로 바꾼 사람이 최초의 야구기자 헨리 채드윅이다.
채드윅은 1847년 신혼여행도중 야구경기를 처음 관람하고 새로운 스포츠인 야구에 흠뻑 빠져 이후 31년간 뉴욕 클리퍼지의 야구기자로 활약하면서 야구규칙·기록법·야구역사등에 현대적 체계를 잡았고 야구규칙서등을 출판하는등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후일 루스벨트대통령으로부터 「야구의 아버지」란 존칭을 들은 채드윅에 의해 야구는 현재와 같은 완벽한(?) 과학적 체계를 갖춘 것이다.
도대체 야구를 그처럼 복잡하고 세밀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드윅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복잡한 야구기록을 창안한 목적은 TV나 방송이 없던 시절 자세한 경기내용을 자신의 신문에 보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기록법은 1회부터 9회까지의 볼카운트·안타·에러·점수등을 일목요원하게 정리해놓은 것으로, 그것들은 바로 후일 미국야구의 귀중한 역사자료가 되었다.
야구기록은 역사적 의미 외에 경기를 평가하고 선수를 비교하기 위한 자료로서의 값어치를 지닌다. 예를들면 스윙이 빠르거나 힘이 세다고 해서 우수한 타자가 아니라 안타를 잘 쳐야 강타자라는 사실은 기록을 통해서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투수의 경우도 키가 크고 공아 빠른 것은 보기에는 시원하고 훌륭할지 모르나 점수를 주지않는 (방어율이 낮은) 투수가 결국 우수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자료로서의 야구기록은 그 목적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리그회장 혹은 커미셔너가 임명한 「공식기록원」에 의해 작성되는 기록.
이 공식기록은 리그(한국은KBO·대한아마야구협회)가 채택한 양식(룰)에 따라 영구보존돼 역사로 남게된다.
두번째는 각 팀이 선수들의 공헌도를 평가하고 작전을 세우기 위한 자료로 쓰는 팀기록이 있다. 팀기록의 주요항목은 투수의 구질, 타구의 강도·방향, 주루상황, 실책등 공식기록보다 훨씬 세밀한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어 더 흥미롭다.
프로선수들의 연봉계약이나 보너스등은 대부분 팀기록에 의존, 책정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SABR란 야구동호인 단체가 중심이돼 벌이고 있는 야구기록의 새로운 해석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홈런은 안타 몇개의 값어치가 있는가」「도루는 포수의 책임인가, 투수의 책임인가」「유격수의 수비는 중견수의 수비보다 중요한 것인가」등 공식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상황과 변수를 면밀히 분석, 야구의 묘미를 더 넓혀주고 있는 기록방법인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는 위원회(KBO) 총재가 임명한 7명의 공식기록원이 있다. 이들은 프로야구경기가 벌어지는 각 구강에 배치돼 안타·에러, 기타 기록에 필요한 모든 상황을 판정하고 관장한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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