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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피살위기" 인질목숨 구한 경찰

중앙일보

입력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했던 인질이 경찰의 발빠른 대처로 화를 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전북 전주시 모 대학교 앞에서 고시원으로 향하던 공무원시험 준비생 조모씨(36)를 납치한 뒤 수천만원대의 몸값을 뜯어냈다가 검거된 납치범 3명 중 박모씨(31.증평군 증평읍)는 범행 사흘 전에 피해자를 직접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피해자 조씨의 연인인 A씨(20.여)와 지난 달부터 인터넷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A씨로부터 "내게 돈을 꿔준 대가로 성폭행하고 괴롭히는 사람(조씨)이 있는데 해결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지난 10일 전주로 내려가 조씨와 A씨를 한 자리에서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씨는 조씨에게 "내가 (A씨의)사촌오빤데 동생을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A씨가 이 과정에서 '조씨가 돈이 많다'고 건넨 말에 착안, 범행대상으로 조씨를 정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씨와 초등학교 선배 한모씨(38.증평군 증평읍), 친구 김모씨(31.음성군 금왕읍) 등 납치범들은 범행대상을 결정하기에 앞선 지난 2일 인터넷으로 일명 대포차를 구입하고 서울 모 시장에서 수갑과 무전기를 장만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특히 검거될 당시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에서는 각각 두 자루씩의 삽과 곡괭이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와 A씨가 박씨의 얼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면식범인 납치범들이 피해자에게서 더 이상 돈을 뜯어낼 수 없었을 경우 조씨를 해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씨의 가족 등에게 전화를 걸어 조씨의 통장으로 몸값 2000만원을 입금받아 뜯어낸 뒤 추가인출을 시도하다 덕진경찰서와 괴산경찰서가 기민하게 펼친 공조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납치가 이뤄진 직후 덕진서로부터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피해자가 증평읍 일원에 있다"는 지령을 받은 괴산경찰서 강력팀 소속 신상덕 반장과 김용국 경사는 증평읍 송산리 증평대교 인근 주차장에서 순찰근무 중 번호판이 전북으로 시작되는 차량을 발견하고 범인과 피해자가 타고 있음을 직감했다.

두 경관은 차량을 이용, 범인의 차량을 앞뒤로 가로막아 퇴로를 차단한 뒤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한씨와 박씨를 검거하고 인근 우체국에서 돈을 인출해 돌아오던 김씨를 격투 끝에 체포했다.

신 반장은 "납치범들이 삽과 곡괭이를 준비한 것으로 볼 때 검거가 늦어졌으면 인질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이 돈을 입금해주고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괴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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