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안법 개정 더 미룰 수 없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재의 「한정합헌」결정이 뜻하는것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로 주목을 받아온 국가보안법 제7조1항(고무ㆍ찬양)및 5항(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에 대해 한정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이들 조항이 전면적인 위헌도,그렇다고 합헌도 아니라는 어정쩡한 절충식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서도 우리 사회에 상반된 두 조류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절충식 결정은 위헌론자와 합헌론자들로부터 다같이 불만을 살 것이다. 위헌론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위헌이라고는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법해석상의 모호성을 남겨놓았다고 비판할 것이고 합헌론자들은 분단의 특수현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불만스러워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결정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있어서의 새로운 진전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형식에 있어서는 「합헌」을 유지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이제까지의 법해석과 적용의 상당수가 「위헌」임을 뚜렷이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내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국민의 기본권과 분단 현실을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특수한 조건이 국민의 기본권을 압도해온 현실은 개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나 국내ㆍ외의 정세변화도 더이상 그러한 현실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남은 문제는 앞으로 일선 법원과 검찰이 법운용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해석과 적용상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어서 앞으로도 개별사건에 있어서는 유ㆍ무죄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법운용 당국의 인식전환이 있어야할 것이며 이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원과 검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확히 준수할 「법규 운용지침」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보면서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서둘러야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이미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법원에 의해 여러차례 새로운 해석이 내려졌고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결정까지 내려졌다. 말하자만 껍질은 그대로이나 내용은 전혀 딴판이 되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법 전체의 권위를 무너뜨려 우리 현실에서 유지가 불가결한 조항의 권위와 합법성마저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불가결한 조항의 유지를 위해서도 더이상 개정을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는지는 그동안의 법원의 해석,헌법재판소의 결정,국제정세의 변화,국민의 요구등에 따라 이미 가닥이 잡혀 있는 것이다. 또 개정 자체에는 여야가 오래 전에 합의한 것이어서 정치적 어려움이 크지도 않다. 오는 임시국회때는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현실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