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라던데 목동·분당은 별천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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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라고요? 마치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네요"

서울 양천구 목동 강산공인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는 전세 물건은 많은 데 수요가 없어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전세시장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전세 물건이 달려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라는 설명이다.

해마다 이사철이 되면 몰려 드는 학군 및 이사 수요 때문에 전통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강세를 보였던 목동과 분당신도시 전세시장이 요즘 너무나도 조용하다. 가격이 들썩이기는커녕 전세 수요도 많지 않다.

목동 전셋값, 상승률 서울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쳐

그동안 목동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은 학군 수요로 늘 북적거렸다. 특히 이사철인 요즘에는 아파트 전셋값이 들썩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 전세시장은 이상할 정도로 소강 상태다. 가격도 안정세다. 대부분 가격 변동이 없이 보합권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 단지에선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목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가격이 당분간은 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은 0.29% 올랐다. 전주(0.1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하지만 목동이 있는 양천구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평균 시세 상승률에 크게 못미쳤다. 보합권에 머물렀다. 지난 한 주 간 0.06%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더욱이 양천구의 경우 목동만 별도로 시세를 조사해 보면 약세가 더욱 뚜렷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정보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목동 신시가지 2단지 27평형은 1억8000만~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남짓 빠졌다. 30평형도 1000만~2000만원 내려 2억~2억4000만원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목동 1단지(저층) 30평형은 2억3000만~2억6000만원으로 보름 전 가격 그대로다. 목동 신시가지 45평형도 3억6500만~3억9000만원으로 올 여름 이후 가격이 없다.

"학군 수요 찾아볼 수 없어요"

목동 단비공인 관계자는 “강남권과 강북권 주요지역에서는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도 많아 물건 품귀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세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목동 하이페리온I 56평형은 5억5000만~6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00만원 정도 내렸다. 신정동 삼성쉐르빌I 56평형 역시 한 달 새 3000만원 이상 빠져 4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조성된 신시가지 아파트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목동 일대 중학교 정원이 꽉 차 새로 이사를 와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면서 전세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목동 강산공인 관계자는 “목동 신시가지 안에 있는 중학교 정원이 모두 채워진 데다 기존 학생이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곳으로 전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학군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전세 수요도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도 전세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목동 e-편한세상(276가구)이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1월 하이페리온II(576가구) 입주를 앞두고 전세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변 단지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정동 대동공인 반재원 사장은 “주변의 입주 전세 물량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전세 수요도 많이 줄어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깊은 침묵에 빠진 분당 전세시장

분당신도시 전세시장도 깊은 침묵에 빠졌다. 올 상반기 지속됐던 아파트 전셋값 약세가 가을 이사철인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당 전셋값은 이번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주에는 0.04% 떨어졌으나 이번주에는 0.28% 오른 것이다. 하지만 호가 위주이고 거래는 뜸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약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분당 서현동 시범삼성ㆍ한신 32평형 전세금은 2억2000만~2억5000만원으로 일주일새 호가가 500만~1000만원 내렸다. 수내동 파크타운대림 32평형도 이달 초보다 500만~1000만원 떨어져 2억2000만~2억5000만원에 전세를 얻을 수 있다. 서현동 한양 22평형은 1억3500만~1억5000만원으로 한달 전 시세 그대로이다.

값 싸면서도 기반시설 잘 갖춰진 용인에 전세 수요 뺏겨

분당신도시의 전세시장 침체는 높은 전세가에 부담 느낀 분당 세입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면서도 기반시설 등이 잘 갖춰진 용인 죽전ㆍ동백지구 등 인근 지역으로 발길을 옮기기 때문이다.

서현동 LBA공인 관계자는 “전세금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은 탓에 수요가 인근 용인지역으로 몰리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만기가 돌아온 분당 아파트 세입자들이 재계약 대신에 동백지구 등 용인지역에서 전세 계약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수내동 H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전세 수요도 덩달아 줄고 있다”며 “전세 물건이 많지 않지만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기 힘들자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분당신도시 일부 단지에선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도 제때 빼지 못하는 역 전세난 현상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초까지 전셋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탔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이매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최근 서울ㆍ수도권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이곳 일부단지에서 호가 높이기가 나타나고 있으나 워낙 전세 수요가 없다 보니 약발이 먹혀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당 전셋값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용인 입주 전세 물량이 거의 소화되면서 전세 수요가 분당으로 또다시 역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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