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업 분규/철근 수급에 “적신호”(경제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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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조 부분파업 「직장폐쇄」로 강경대응/물량 달리는데 가수요 부채질… 값 급등
노동부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강원산업㈜ 포항공장(공장장 김우찬ㆍ48)이 단체교섭 경신을 둘러싸고 근로자들의 부분파업에 맞서 직장폐쇄 조치를 취함으로써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원산업 노조(위원장 권오만ㆍ31)와 회사측은 지난해 말로 만료된 단체협약 경신을 둘러싸고 지난해 12월5일부터 현재까지 41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노사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었다.
이 과정에서 노사양측은 퇴직금 누진제 등 1백36개 사항중 주택자금 대부 등 1백15개항은 노사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보았으나 퇴직금 누진제도입ㆍ야간근무수당 등 나머지 21개항은 타결을 보지 못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임금교섭때 49%의 임금인상과 세차례에 걸친 극심한 노사분규(파업 36일)로 직접 손실액이 1백억원에 이르는데다 노조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전면 수용할 경우 56%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1백24억원의 추가부담까지 안게 돼 경영상 불가능하다며 30일부터 직장폐쇄를 했다.
노조측은 단체교섭안의 원만한 타결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23일 총종업원 2천3백명중 조합원 1천7백20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업찬반 투표를 강행,71.8%의 찬성을 얻어 26일부터 3교대 근무자별로 하루 2시간 자체집회를 가지며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노조측은 이어 28일부터는 4시간 근무후 4시간 파업을 실시 했으며 오는 4월2일 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노조측의 이같은 강경방침에 대해 정도원 사장은 이날 오후4시부터 노조사무실에서 최영민 노조위원장 권한대행과 1시간동안 단독협상을 별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해 직장폐쇄신고서를 포항시청과 경북도 노동위원회에 접수했다.
강원산업 노조의 부분파업과 이에 맞선 회사측의 직장폐쇄로 철근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경기 호황으로 철근이 부족,선금을 주고 사는 등 사재기 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수요의 17%를 공급하는 강원산업이 조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물량부족 자체보다도 철근성수기에 일어난 파업으로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 가수요를 더욱 부채질 할 것 같아 문제다. 계절적 성수품인 철근은 항상 2ㆍ4분기에 연간 수요의 30∼34%가 몰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건축허가면적 증가율도 88년보다 59%나 증가하는 등 건설경기가 호황이라 올해는 과열기미 마저 보이고 있다.
토지공개념 실시로 빈땅이면 모두 집을 짓는 추세인데다 신도시 건설 등도 겹쳐 지난 1월중 건축허가면적 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백50%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소매상에서 정상적일때 t당 26만∼27만원에 거래되던 철근가격이 최근에는 30만원까지 올랐다. 그것도 없어 선금을 주고 사는 판이다.
이같은 때 강원산업이 조업을 중단했으니 수요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파급효과는 클 수 밖에 없다.
철근내수가 작년하반기에는 33%,올 1∼2월에는 무려 85%나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공부는 상반기중 철근수요가 작년 동기보다 38% 증가한 2백34만t이 될 것으로 보고 모자라는 20만t을 수입할 계획이었다.
한편 연산80만t인 강원산업이 하루 조업중단시 2천2백t의 공급차질이 예상된다.
아무리 빨라야 다음주 초에 정상화가 가능하므로 부분파업을 시작한 26일부터 계산할때 2만여t 정도 공급물량이 달릴 것 같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파업의 장기화를 막는 한편 하반기까지 할당관세를 적용,긴급철근 수입으로 물량부족을 해결할 계획이다.<이석구ㆍ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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