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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는 어업」으로 고소득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남양만 썰물때면 바다는 사라지고 거무튀튀한 갯벌이 길게 드러 눕는다. 이 만곡 가운데서도 가장 우묵한 경기도화성군우정면화산리에 1백30여가구 6백여주민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이곳 어민들은 요즘 새벽5시부터 바구니·호미·쇠스랑등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진흙속의 진주」 바지락. 지난해 8월 갯벌속에 꼭꼭 묻어둔 바지락 종패가 겨울을 나면서 성장, 어민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9일 첫 채취에 나선 이래 하루 10여t씩을 캔다.
1㎏에 못받아도 1천1백원은 받으니 9백만원에서 1천2백만원의 짭짤한 수익이다.
작년에는 고등·낙지에 도요새까지 날아들어 수익이 줄기는 했지만 88년에는 호당소득 1천7백만원을 올려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호당소득 2천만원.
그러나 몇년전만 해도 이곳은 「황금을 캐는 갯벌」이 아니었다.
무릎위까지 빠지는 갯벌로 인해 바다 가장자리에서 조개·소라등을 줍는게 고작이었다.
바다를 접하고 있으면서도 주업은 농업이었다.
갯벌은 그저 아무 쓸모없는 황무지였다.
『화산리의 활로는 갯벌밖에 없다. 황무지에 우리의 미래를 심자.』
85년봄 어촌계원 9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끝에 「잡는 어업」에서「기르는 어업」 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해 8월 썰물때 수평선이 맞닿는곳 1백ha에 바지락 종패를 뿌렸다.
자체비용으로 30평짜리 물양장도 확충하고 86년에는 정부지원을 받아 선착장16m도 건설했다.
공동채취·공동출하로 얻은 수익금은 고루 배분, 이제 가구당 5∼6개의 예금통장은 보통이 됐다.
어업이 주업으로 변모되긴 했지만 농사도 계속, 콤바인·트랙터등을 공동으로 구입해 영농기계화도 이루었다.
그사이 목장도 생겨나 6곳에서 1백50여마리의 젖소를 키우고 있다.
농·축·어업의 3박자를 이룬 것이다.
지난해에는 어촌계원 11명이 공동출자해 1억원을 들여 김건조장을 설립, 본격적인 김양식사업에도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11월 폭우로 김 포자가 유실되고 12월엔 유방마저 떠 김생산은 커녕 책발마저 모두 파괴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장 황폐화.
『등이 굽은 망둥어·숭어가 최근 잡히기 시작해요.
인근 평택화력발전소의 폐수와 수원외곽지역의 생활오수가 흘러들어 오염된 때문 같아요』
애써 가꾼 「바다목장」 을지키기 위해 여념이 없는 화산리어촌계장 최중식씨는『피해원인을 꼭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바다는 천혜의 자원보고지만 한번 황폐화되면 복구하기는 어렵지요.』
게다가 최근 정부가 굴·바지락을 수입개방키로 하자 걱정이 또하나 늘었다.
『이제 수산물의 생산· 유통도 어민들이 직접 맡아 제값받기 운동으로 수입개방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최씨는『수협단위로 수산물가공공장을 설립해 원료의 수출을 지양하고 가공품을 내다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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