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그리움을 그림으로 삭였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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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 가족을 격려해주신 주위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1983년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 테러로 순국한 함병춘(咸秉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부인 심효식(沈孝植.76.사진) 씨가 남편의 20주기를 추모하는 그림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 제목은 '가신 분을 기리며'.

沈씨는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 배치를 계획하고, 도록과 초대장을 찍었다. 沈씨는 이화여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교편을 잡았지만 '더 배워 후학을 가르치라'는 학교의 기대를 안고 53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입학, 미술을 전공하게 된다. 그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가 없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당시 노스웨스턴대에 다니던 咸박사와는 한인 교회에서 만나 사랑을 나눴다. 연세대 법대 교수를 지낸 咸박사는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주미 대사를 지냈다.

"남편의 순국 이후 제 삶은 정지되다시피 했습니다. 끔직한 고통을 견디기 위해 수도원과 성당만 찾아다녔어요. 붓을 다시 든 것은 10주기 추도식을 지낸 뒤였어요."

이번 전시회에는 2백3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남에게 보이려고 그린 작품들이 아니라 작가가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일어나려는 노력의 한 표현으로 그렸던 그림들이다.

"슬픔과 아픔이 그리움으로 삭이기까지, 뒤엉킨 실타래가 한 가닥의 실로 실패에 감기기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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