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다시 오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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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판교신도시 분양이 마무리되고 가을 성수기를 맞아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면서 높은 분양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규제에 대한 법원의 위법 판결(8월 23일 대전지법)로 자치단체들의 힘이 빠진 것도 분양가 인상의 한 원인이다.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에 분양 예정인 신안인스빌은 분양가를 최고 평당 1300만원으로 책정, 용인시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업체 측은 분양가를 당초 7월 말 인근에 분양된 진흥더블파크와 비슷한 평당 900만~1000만원으로 예정했다가 분양승인을 신청하면서 올렸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진흥더블파크가 한 달 만에 모두 팔리자 분양가를 올려도 잘 팔릴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시에서는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지만 업체 측은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이 13일부터 청약접수하는 인천 남동구 서창동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단지의 분양가는 34평형 평당 870만원, 45평형 평당 900만원이다. 이는 3월 인근 서창택지지구에서 분양된 서해그랑블보다 20%가량인 평당 130만~170만원 오른 가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택지지구보다 땅값이 비싸고 편의시설을 많이 들여 고급스럽게 지을 계획이어서 건축비도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K공인 박모 사장은 "그동안 이 일대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분양가가 너무 올랐다"며 "주변에 논현.소래지구 등의 개발이 활발해 분양이 잘 될 것으로 보여 분양가를 높게 매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남동구청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됐지만 민간택지의 분양가 규제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마당에 자치단체가 인하를 권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복합도시 이전 예정지와 붙어 있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18일 분양되는 GS건설 아파트도 올 상반기 인근에 분양된 단지들보다 평당 30만~40만원 비싸다.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수용해 공영개발하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평당 1400만원 선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불광동에서 지난해 말 분양된 현대아파트 시세가 평당 1100만~1300만원 정도다. 100만 평이 넘는 은평뉴타운은 북한산 등을 끼고 있어 주거 여건이 쾌적하고 신도시 못지 않게 대규모로 개발돼 청약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야 할 공공기관이 분양가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아직 분양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토지비 등 원가와 주변 시세를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고 수익은 임대주택 공급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높은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자극해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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