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상을 현실에 맞추는 슬기/새경제팀의 종합대책에 거는 기대(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 내각의 출범과 함께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 대응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대폭적인 내각 개편,특히 경제팀의 전면교체를 통해 면목을 바꾼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고,어떤 방향으로 경제의 흐름을 유도하여 위기국면으로 일컬어지는 국가경제를 회생시킬 것인지는 앞으로 새 경제팀이 약속한 종합대책이 나와봐야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임 경제각료들의 취임사와 20일 열린 첫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왔던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당분간 연기하고 수출촉진과 경기부양,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설비자금ㆍ무역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물러난 조순경제팀의 정책이 지나치게 이론과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현실적 대응에 미흡했다고 보아온 만큼 경제현장의 어려움을 중시하고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새 경제팀의 자세에 긍정적 평가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현실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인 안목을 잃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를 누가 맡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든 간에 국가경제의 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에 궁극의 목표가 있는 만큼 이같은 목표를 대전제로 장기적인 비전과 현실적인 대응이 조화를 이루도록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게 우리의 기본 생각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볼때 금융실명제와 같은 제도개혁도 당장 실현해야 한다든가,실시가 불가능하다든가 하는 식의 흑백논리보다는 제도의 내용과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전면적인 보류나 부분적인 실행여부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국민 앞에 설득력있게 제시해 수긍을 받아야 할 것이다.
수출진흥과 경기부양도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절박한 과제임에 틀림없으나 동시에 물가불안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겪고 있는 수출부진이나 성장둔화,기업의욕의 감퇴는 그 원인이 임금상승ㆍ원화절상 등으로 인한 기업 채산성 악화나 경쟁력 저하에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ㆍ금융ㆍ세제지원 등을 통해 채산성을 보전해주고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당면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자금흐름의 구조 아래서는 풀린 돈이 자칫 투기자금화할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은행감독원의 기능화등을 통해 자금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여지도록 감시하는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기술수준의 낙후에 있는 만큼 고임금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으로의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에 정책의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정책방향의 모색,그리고 이 두가지 요소의 적절한 조화야말로 새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