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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 열러 소련 갑니다”/두번째 방소 김영삼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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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식관계 시작으로 봐도 돼/“합당뒤 달라졌다”에 “개혁통해 안정하자는 것”
『페레스트로이카는 모든 사회주의국가에 적용되는 겁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 없어요. 소련과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북한을 개방시키는 촉진제가 됩니다.』
19일 소련을 두번째로 방문하는 민자당의 김영삼최고위원은 소련과의 교류가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걸 간과하면 안됩니다. 남북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이번 방문에서 국교정상화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는 겁니까.
『가능하면 그런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떤 계통의 사람과도 만난다는 얘기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고르바초프와의 회동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이번에 대통령에 취임했으니 더욱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말 안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는 소련내에서의 일정을 계속 감추면서 뭔가 여운을 풍기려 했다.
­소련과의 수교가 연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지난해 11월에 한국에 온 브란트를 두번 만났는데 몇달 뒤에 동독에서 일어난 엄청난 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예상과 다르게 사회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거요.』
­급격히 수교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 같은데요.
『추측에 맡기겠습니다.』(김최고위원은 소련과의 조기수교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소관계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이번에 가면 소련측에 북한의 개방과 관련한 영향력행사를 요청할 생각은 없는지요.
『나는 북한이 금년에 바뀐다고 봅니다. 세계에서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과 쿠바뿐인데 쿠바도 변화조짐이 있어요. 모두가 변하는데 자기들만 가두어 놓을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사람을 만날 계획은 없습니까.
『지난번 허담조통위원장을 만날땐 소련측이 북한에서 누가 만나려 한다고 얘기해 주더군요. 아직 그런 얘긴 없어요. 그렇지만 모스크바엔 미국대사관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큰 북한대사관이 있으니까….』
­다른 중요한 행사는 없습니까.
『모스크바대학의 연설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모스크바대학에선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연설을 했고,서독의 브란트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연설했지요. 레이건도 거기서 연설했고….』
­그 강연에서 한소관계와 관련한 특별한 제안이라도 하실 겁니까.
『그건 지금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죠.』
­집권당 최고위원이 되더니 야당총재 시절과는 달리 숨기는 게 너 무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번엔 야당총재로 방문을 했지만 이번에는 집권당의 최고위원으로 방문하는 것이니까 공식관계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죠. 소련은 당우위국가이고 우리도 민자당 정권이니까….』
­방소단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말이 많은데.
『김종필최고위원도 납득했어요.(그는 방소단 규모를 비판한 김종필최고위원의 말을 몹시 의식하는 듯했다) 지난번 초청을 받았을 때 여러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한 것도 있고…. 지금 소련에 아들(차남 현철)이 가 있는데 그건 작년 10월 내가 초청했던 이그나텐크 뉴타임스지 편집장 부부가 초청한 겁니다.』
­박철언장관은 동행이다,수행이다 말도 많았는데 무슨 역할을 하게됩니까.
『내가 민자당최고위원 아니오. 대표단의 일원이죠.』
­지난번 국회에선 3당통합과 관련해 김최고위원이 평민당의 집중공격을 받았습니다만….
『소신을 갖고 했으니까 욕먹는 것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민정당의 노선보다도 더 후퇴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보안법 같은 걸 보더라도 그렇죠.
『1백% 내뜻대로 된 건 아니지만 상당히 고쳐졌습니다. 안기부법에서도 정보위 설치는 국회가 견제하자는 것으로 크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없지 않습니까….
『이번 회기 동안에는 절대 무리수를 두진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힘은 언제나 있지 않습니까. 힘이 있다고 언제나 쓰면 안되죠. 야당도 60,70년대 스타일로 농성이나 하며…. 나도 해봤지만 이래서는 안됩니다. 세계가 변하는데 여기에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가라앉고 맙니다. 스마트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지방의회구성은 6월30일까지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인데 결국 상반기 실시가 불가능해진 것 아닙니까.
『요즘 느낀 것은 정치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답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경제계에선 지금 지자제 선거를 하는 데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일부에선 분배정의를 하자는데 나눠주려면 창고에 쌀이 쌓여야 합니다. 분배를 먼저 하고나면 성장을 할 수 없어요. 물론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거지만….』
­결국 재계의 건의대로 성장을 중시하자는 건데 지난날과는 달라졌군요.
『아니,개혁을 통해 안정을 하겠다는 거요.』<김영배정치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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