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만주 연고권 차단하려 중국서 동북공정 시작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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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동북(만주)지역에 대한 한민족(韓民族)의 역사적 연고권과 연고의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동북공정은 중국 당국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외교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입수해 10일 공개한 '북한 고구려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대책'이라는 문화재청의 내부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이창동.유홍준.임효재씨 회의=이 문서는 2003년 12월 24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주재로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임효재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열린 이 회의에서 문화재청은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를 일곱 가지로 분석했다.

일곱 가지는 ①동북 지역에서의 조선족 민족의식 말살과 한국과의 연계활동 차단 ②조선족 민족운동이 소수민족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경계 ③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있어 다민족통일국가론 확립 ④한국 학자들의 폭발적인 방문 증가와 역사적 연고의식,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에 중국 당국이 자극받은 것 ⑤중국사 편입을 통한 동북지역에 대한 한민족의 역사적 연고권.연고의식 불식과 한국 민족의식 고취 예방 ⑥연고의식을 바탕으로 대두 가능한 북한 국민의 대량 탈주사태 예방 ⑦본격적 연구를 통한 한국 역사학자들의 영토 문제화 동향 차단이다.

이 회의는 진행 과정에서 외교부의 입장이 반영돼 "역사 왜곡 문제는 외교적 차원에서 양국 국민 감정이 대립관계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정부.학계.민간 등이 공동보조를 취하되 원칙적으로 민간 주도의 협조방안을 모색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구려사가 중심 문제"=문화재청의 내부 문서는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 다르게 동북공정에 대한 성격과 내용을 규정했다. 이 문서는 '1983년 설립된 중국사회과학원 내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중국 당국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당국이 지원한 연구비는 3조원이라고 밝혔다. 동북공정의 연구기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5개년간 진행(2002~06)'이라고 명시해 놨다. 동북공정은 ▶중국 근대 변경연구 ▶중국 고대 강역연구 ▶중국 변강사연구 등 3대 연구사업이 있으나 '고구려 문제가 가장 중심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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