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방화」 번진다/대문방화 여파/인명ㆍ재산피해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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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발소 서비스 안좋다” 난로 차/“결혼 못해 우울”… 승용차 불태워/“조급ㆍ불안정한 현대 젊은이 심리 반영”/전문가
대문방화에서 시작된 연쇄방화사건이 모방방화로 전국에 확산된데 이어 최근에는 걸핏하면 불을 지르는 충동방화로 번지고 있다.
더구나 충동방화는 대문방화ㆍ모방방화사건과 달리 인명ㆍ재산피해가 잇따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대해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교수(범죄심리학)는 『충동방화는 최근 잇따른 방화사건 범인이 잡히지 않은채 장기화돼 방화에 대한 범죄감각이 둔화된데다 조급하고 불안정한 현대 젊은이들의 심리상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인명살상의 경우 법정형이 최고사형까지 규정되어 있는데도 그동안 방화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웠다고 자체분석하고 앞으로 방화범은 무조건 구속을 원칙으로 구형량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10일 오후11시10분쯤 서울 신사동 5의18 미스미스터구두점(주인 김계순ㆍ여ㆍ28)에서 주인 김씨의 동생 계영씨(25ㆍ여)가 언니의 애인 이모씨(34)와 말다툼끝에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숨지고 함께 있던 오태경씨(30ㆍ회사원) 등 2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숨진 김씨는 최근 언니와 사이가 나빠진 이씨가 찾아가 『언니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고 다그치자 『죽기전에는 절대 가르쳐 줄수 없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난로옆에 있던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11일 오후1시쯤 서울 상봉동 신라이발소(주인 한익숙ㆍ38)에서 손님 안응찬씨(27ㆍ택시운전사)가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석유난로를 발로 차 쓰러뜨러 불이나는 바람에 15평내부를 모두 태워 1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안씨는 이날 오전10시쯤 찾아와 이발한뒤 퇴폐 서비스를 받고도 『왜 서비스가 시원치 않으냐』며 이발소를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다시 돌아와 불을 질렀다.
▲10일 오후11시쯤 서울 장위동에서 가죽제품공장 종업원인 최모군(17ㆍ서울 장위동)이 주택가에 세워진 엑셀승용차 2대에 잇따라 불을 질러 승용차 덮개와 앞좌석일부를 불태웠다.
최군은 애인 최모양(17)과 동성동본관계여서 결혼할수 없는데다 근로자의 날인데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해 우울한 마음에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최군은 지난달 15일에도 동네에서 승용차에 불을 질렀으나 초범인데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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