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끼니 꼬박꼬박…취미 만끽…친구와 낭만 여행 싱글벙글 싱글 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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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라면 아침은 건너뛰기 일쑤고, 취미는 영화 감상이 대다수고, 여름 휴가는 '방콕' 신세일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기 "기혼보다 싱글이 즐거운 게 사실 아니냐"며, 알차고 건강하게 후회 없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여행.요리.스쿠버 다이빙까지 취미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1년 365일이 공부할 거리, 일할 거리, 놀 거리로 채워져 있다고 소리를 높입니다. 보통 2주간의 스케줄은 꽉 잡혀 있을 정도로 바쁘다고 하네요.

케이블 채널 올리브네트워크가 '선택! 마이 라이프'라는 이벤트를 통해 독신 생활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320여 개의 사연이 쏟아진 가운데 황신원(30.프리랜서 잡지편집 디자이너.(右)).김세환(33.학생.(中)). 박자연(26.헬스기구 무역회사 '이즈스텝' 대표.(左))씨가 으뜸 사연으로 뽑혔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싱글만의 내밀한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시면 어떨까요?

◆ "아침 식사는 황후처럼"=직접 만든 토마토 주스와 사과 주스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박자연씨는 "피로 해소에는 토마토가 최고"라며 "제 일을 시작한 이후 주스 마시기를 거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마른 체형이지만 '강단'이 있다는 평을 듣는 것도 이렇게 아침부터 '웰빙'을 실천한 덕분이라고.

"토마토 주스 만들 때 설탕을 넣으시면 절대 안 돼요. 요구르트 반개 정도만 넣으면 모를까"라며 주스 제조법에도 나름의 원칙을 지킨다. 박씨가 관절염을 앓는 노인도 운동할 수 있는 헬스기구를 파는 회사를 차린 지는 석달. 발명가 아버지가 특허를 받아 만든 제품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제 일을 해보겠다고 독립했는데, 제 몸에 대한 책임감이 더 들더라고요." 그래서 먹거리와 걷기 운동을 꼬박꼬박 챙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박씨는 영어학원에서 아침 수업을 들은 뒤 직접 만든 야채 김밥으로 본격적인 아침식사를 한다. 이때 기름으로 볶은 재료는 금물. 우엉은 간장에 조리고, 당근은 데치고, 단무지와 오이를 넣어 김밥을 만든다. 점심은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고추장 단지에서 고추장을 한 숟가락 뜬 뒤, 집에서 싸간 나물과 상추로 도시락을 먹는다. 가까운 거리는 빠른 걸음으로 걷고, 집에 돌아오면 욕조에 물을 채우고 바디솔트 두 숟가락을 넣고 반신욕을 즐기며 피로를 푸는 게 박씨의 하루 일과다.

◆ "바다 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무슨 색깔일까요?"=군 복무를 마치고 유학을 떠난 김세환씨.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3년 반의 유학 기간 중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 아마추어로는 최상급인 '다이버 마스터'가 됐다.

"뜻한 바 있어 유학을 가긴 했지만, 외국 친구들과의 경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스트레스가 가득 쌓인 날이면 바다 속으로 뛰어들곤 했다"고 밝힌다. 수중 촬영도 직접 배웠다. 눈으로만 담아두기 아까운 쪽빛 바다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번 응모에 당선된 것도 영화 '그랑 블루'의 한 장면처럼 호주 바다 속을 유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제출했기 때문.

"남극 빼고 다 가봤다"는 여행광이기도 한 김씨는 "차를 몰고 호주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를 찾아다니는 등 마음 맞는 친구와 별 돈 들이지 않고 했던 여행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들보다 사회 진출은 늦었지만 지구 한 바퀴는 돌아봤으니 후회는 없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 "동성 친구와 떠나는 여행의 맛 아세요?"=싱글의 해외 휴가 여행을 "괜히 돈 쓰러 다닌다"는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황신원씨. 이번 여름휴가는 가장 친한 친구와 호주 케언스로 떠났다.

"막판까지 기다렸더니, 모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패키지에 반값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절약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고정으로 일하는 잡지 편집 일 외에 여행경비 80여만원을 충당하려고 기업 카탈로그 제작까지 맡아 두 달을 매달렸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는 남태평양 하늘 아래서의 낭만적인 야간 수영과 나지막한 폴로니얼 리조트에서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돌아왔다.

황씨는 마음 맞는 여자 친구와의 여행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방 하나를 나눠 쓸 수 있으니 숙박료가 저렴해지고, 셀카를 남기고 싶은 친구의 마음을 서로 이해해주고, 다른 가족 여행객들의 귀찮은 질문을 피할 수 있다는 것. 황씨는 잡지 편집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십분 발휘해 여행 기록도 소상히 남기고 있다. '얼짱' 각도로 찍은 사진, 해변을 내달리던 친구의 모습을 찍은 연속 사진을 보기 좋게 배치하면 누구에게서나 부러움을 살 뿐 아니라 자신도 슬며시 웃음이 난다고 밝혔다.

글=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제대로 '싱글' 즐기려면

.당신과 침대는 한 몸이 아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처져 있지 말라.

.내 몸은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 청국장환도 챙겨 먹고, 운동도 빠뜨리지 말라.

.약속을 기다리지 말라. 스스로 이벤트를 만들어라.

.혼자 먹는 밥, 혼자 떠나는 여행을 두려워 말라.

.가계부는 주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허투루 돈 쓸 경우를 만들지 말라.

.주위의 재테크 조언을 흘려듣지 말라. 적금도 비교해 가며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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