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소야 첫 국회 역시 낙제점/상임위 활동등 중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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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석 잦고 함량미달 질의ㆍ답변 많아/최대 쟁점인 합당 놓고 감정싸움 일관
○…거여소야의 첫 임시국회가 수준이 훨씬 떨어져 낙제점에서 허덕이고 있다.
6일부터의 상임위도 대정부질문(본회의) 때처럼 높은 이석률,알맹이 없는 답변,평민당측의 무턱댄 느낌을 줄 정도의 3당통합 공격으로 함량 미달인채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 전체가 중간쯤 가면 의사정족수(4분의1)를 간신히 채운채 진행되기 일쑤여서 「이석률」로 따지면 『역대국회 이래 최고치』라는 한 국회관계자의 얘기가 실감난다.
8일 외무위에선 한때 평민당의원 3명에 민자당의 김두윤의원 1명을 합해 4명만이 앉아 있는데 비해 정부쪽 좌석엔 최호중외무장관과 50여명의 외무부직원이 답변준비차 대기하고 있어 국회가 열렸는지,외무부 조회시간인지 모를 정도.
6일 행정위는 김기배ㆍ양경자ㆍ이병용(이상 민자)ㆍ박실ㆍ김종완ㆍ양성우(이상 평민)의원 등이 자리를 지켜주거나 질의를 하다 오후 6시30분쯤 이ㆍ박의원이 자리를 떠 의사정족수가 미달되는 바람에 안치순국무총리행조실장 답변도중 별수 없이 정회.
위원장과 간사들은 『민자당의원을 찾습니다』라고 광고하며 참석 독려를 하는 장면이 도처에서 목격됐는데 7일 오후 내무위에선 오한구위원장이 산회선포를 하려해도 정족수가 안돼 직원들이 의원들을 찾으로 이리저리 분주.
○…최대쟁점인 3당통합을 둘러싼 공방전은 여기저기서 여야간 저급의 감정싸움으로 발전.
7일 박철언정무1장관을 불러놓은 행정위에서 박실의원(평민)은 3당통합의 모델이 서독연정이라는 김영삼 민자최고위원의 발언을 겨냥,『서독의 경우와 3당통합과 같은 것이냐』고 질문해 박장관으로부터 『다르다』라는 답변을 유도,이에 힘입은 박의원은 『잘 모르는 사람이 서독에 갖다 붙인 것』이라고 김최고위원을 공격.
그러자 평소 사이가 나쁜 서청원의원(구민주계)은 『작년 3월 김대중「씨」의 중간평가 연기제의에 대해 말해달라』며 총재대신 「씨」에 액선트를 넣어가며 화풀이.
8일 국방위에서 권노갑의원(평민)이 『3당야합으로 과거 민주당출신들이 소리높여 반대했던 국군조직법이 상정됐다』고 꼬집자 목청높기로 알아주는 황명수의원(민자ㆍ구민주계)은 『야합운운 하는데 한번 하면 됐지 왜 자꾸 되풀이하느냐』며 『인격적인 모욕은 거북하다』고 반박.
재무위(7일)에서 유인학의원(평민)은 『지난 2일의 증시부양책은 사전누설됐기 때문에 발표 며칠전부터 주가가 올랐으며 이는 3당합당 이후 정경유착의 한 사례라는 의혹이 짙다』고 공격하자 임시사회를 보던 김봉조 민자당간사가 대뜸 『어느 당이 정경유착을 한다는 말이냐』고 반격,이에 김태식의원이 『거대여당의 고압적인 분위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해 평민당의원들은 10여분간 퇴장.
여야싸움은 대개 민자당내 구민주계와 평민당간의 충돌인데 9일 행정위에서 김종완의원(평민)이 서울시의 국정감사시정조치 결과를 들어보자고 하자 박용만위원장은 서면으로 해놓았으니 넘어가자고 제동을 걸다 김의원이 계속 불복하자 『그럼 해』라고 벌컥 역정. 동료의원들의 만류로 정회했으나 두사람은 밖에서 『여당이면 다냐』 『누군 야당안해봤냐』고 맞고함.
평민당의원들은 3당통합을 현안의 모든 문제점과 연결시키려 안간힘을 썼는데 PD뇌물사건ㆍ조직폭력배검거ㆍ히로뽕사범 적발까지도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양성우ㆍ6일 행정위)고 물어 설득력을 점차 잃어가는 인상.
○…정부답변도 거여를 믿고 무성의한 태도들을 노출. 특히 개각설에 시달리는 경제부처쪽은 그야말로 맥없는 분위기.
7일 경과위에서 민자당의원들은 경제상황에 대해 「위기론」을,평민당의원들은 「조작된 위기론」(허만기)을 펴며 논쟁을 벌였으나 조순부총리는 흥미없다는 듯 『지금이 역사상 드물게 보는 전환기』라고 현학적인 답변.
7일 재무위에서 김태식의원(평민)이 지난해 12ㆍ12 증시부양책 지시자를 따지자 김건한은총재는 『한은이 권한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 『모른다』고 묵살. 이에 김의원은 이규성재무장관을 향해 『재무부가 대신 답변하라』고 했으나 이장관은 대꾸도 않고 묵살.
이런 풍조탓인지 산하기관장 불출석 사태가 발생. 상공위에선 7일 안천학한국중공업사장,8일엔 황승민중소기업중앙회장의 불출석으로 소란. 화가 난 허경만위원장(평민)은 한승수상공장관에게 『장관이 산하기관장도 통솔 못하냐』고 핀잔.
○…9일 오전 각각 동시에 열린 민자ㆍ평민의총은 묘한 대조를 보이며 국회에서도 다른 평가.
평민당의 박실ㆍ박석무ㆍ이해찬의원 등은 독자 의원직사퇴론을 꺼내며 「들러리 역할」이 된 처지에 분통.
이에 반해 민자당측은 『첫 국회에 달라진게 없다는 평을 들으면 합당의 설득력이 없다』(황낙주)는 지적이 나왔는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진지하지 못한 모습.
결국 민자당의 흐트러진 자세와 평민당의 비상식적 전략이 엉뚱하게 엇갈려 더욱 맥빠진 국회가 되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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