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와 제주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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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타이티 섬은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별난 명소라서가 아니다.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 등장하는 이 섬은 우선 사람의 때가 별로 묻지 않은 곳이다. 「영원의 휴식」이 있는 곳이라는 작가의 말은 아마 그래서 나온 얘기일 것이다. 화가 고갱도 바로 그 진솔한 자연,그속에 사는 사람들의 순박함에 마음이 끌려 그곳을 주제로 삼은 많은 명화를 남겼다.
관광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것은 화려한 쇼윈도나 소란한 유흥장,고층빌딩과 영악한 사람들의 값싼 미소에 있지 않다. 맑은 햇볕,부드러운 바람결,깨끗한 자연,그 푸르름만 있어도 사람들의 여정을 유혹하기에 넉넉하다. 오늘의 사람들은 그만큼 자연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관광지의 첫째 조건은 그런 점에서 특색이 있어야 한다.
관광이라는 말은 원래 중국 주시대의 역경에 나오는 『나라(국)의 빛을 본다』는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관」은 눈으로 본다는 의미 말고도,마음으로 새긴다는 뜻도 포함된다. 관광지는 적어도 이쯤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제주도를 하와이 수준의 국제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밝혀졌다. 「하와이 수준」이 무슨 말인지 분명치 않지만,만의 하나 또 하나의 하와이를 제주도에 만든다는 발상이라면 그처럼 무모한 낭비는 없다. 세계의 관광객들에게는 하와이가 하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세계인들이 보고 싶어하는 「제주도의 빛」은 「하와이 같은 제주도」가 아니라 제주도다운 제주도다.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지형,지질과 자연에 어울리는 환경의 개발,제주도 고유의 인정과 풍속,행사,사적,문화환경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으면 그이상 값진 관광자원은 없을 것이다.
물론 교통편의나 숙박시설,오락시설이 어떻다는 얘기는 한수 접어놓고 하는 얘기다. 문제의 핵심은 제주도다운 제주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히 하와이 같은 제주도를 만든다고 사방에 시멘트나 우겨넣고,높다란 빌딩이나 지어 올리고,자연까지 파괴하면 제주도는 복구조차 하기 어려운 폐허지가 되기 쉽다. 관광지 개발이 곧 자연파괴이고,마을(커뮤니티) 해체이고,너절한 장바닥이고,쓰레기와 소음과 원색의 난무장이 된 예를 우리는 하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하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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