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전세 재 계약때 소개업자 농간 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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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요즘 전세값 파동으로 사회가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이에 편승한 부동산소개업자의 농간을 말로만 듣다가 실제로 당하고 보니 허탈감과 함께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3년전 직장과 가까운 이곳 반포3단지에 전세아파트를 얻어 이사해왔다. 그러나 1층에 살다보니 불편한 점이 있어 3월초 기한이 만료되는대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전에 거래한 적이 있는 부동산소개업소를 통해 단지내 같은 평수의 다른 아파트를 지난해말 알아보았다.
마침 인근에 3월초 계약이 끝나는 아파트가 있어 부동산 소개업자에게 조만간 계약하겠다는 언질을 주고 그날은 돌아왔다. 안면있는 소개업자라 그만 믿고 느긋하게 있다가 언론에서 부동산 폭등소식을 한창 보도하는 바람에 조급해져 계약하러 갔다. 그러나 이미 그 아파트는 다른 사람이 전세계약을 한 뒤였다. 할 수 없이 그날부터 보름동안 상계동을 비롯,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생각다 못해 다시 그 부동산업소를 찾아갔다.
항의 반, 하소연 반, 효과는 있었다. 그 부동산소개업자는 그곳에 새로 전세계약했던 사람으로부터 해약을 이끌어 낸 뒤 나와 계약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그러나 고마워 할 기분은 아니었다. 1백여m밖에 안 떨어진 곳으로, 그것도 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로 이사하는데 8백만원을 올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를 떨어야 했던 일은 이사하던 날 벌어졌다. 이사할 집에 도착하고 보니 때마침 그 집에 살던 사람도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짐을 정리하다가 있어야 할 거실의 등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세입자가 이사하면서 떼어간 것이다. 우리도 떼어오기 위해 어제까지 살던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그 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조금 전 인사를 나눴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전세집을 서로 바꿔치기하다니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무려 8백만원과 1천1백만원을 각각 대폭 올려주고 말이다. 결국 이곳 18평형 아파트 전세 시세는 3천3백만원(물론 지금은 더 올랐다)에 형성되고만 것이다.
꼭 1층을 벗어나려했던 것도 아닌 만큼 그냥 계약경신을 할 수도 있었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인들이 염치때문에 사람 안바꾸고 돈만 턱없이 올려달라지 못하는 점을 이용, 부동산소개업자들이 이들을 부추겨 수작을 꾸민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절로 들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비정한 서울에서 하루 빨리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떠난다고 손 흔들어 줄 서울은 아니잖은가.
연송현 <서울서초구반포1동주공3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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