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련/정당 참여 싸고 내부 진통(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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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참여파 주장 부결 되자/이부영씨 사퇴등 반발/재야단체 구심체 역할 비관론까지 대두
민자당 출범에 맞선 재야측의 진보정당 결성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격론을 벌여왔던 전민련이 3일 제2기 전체 대의원대회를 열고 표결을 통해 정당 결성논의를 마무리지음에 따라 전민련의 앞으로의 운동방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민련은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소속 대의원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철야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독자적인 민중정당 추진안과 전민련 회원의 정당활동 참가 허용안 모두를 부결시켰다.
이에따라 신당 결성은 진보정당 결성 준비모임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전민련은 민중운동부분에 전념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의원 의결뒤 정당 참여를 주장해온 이부영의장이 사퇴하는등 정당참여파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민련이 정당참여론과 민중운동 우선론으로 갈려 더이상 재야운동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참여론◁
재야운동권의 진보정당 결성문제가 처음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의장이던 장기표씨와 박계동대변인 등 소위 전민련의 간판인사들이 대거 탈퇴,진보정당 결성 준비모임을 만들면서부터.
이들은 정국은 어차피 보혁구도로 갈 것이며 그 경우 근본적으로 보수 성향인 평민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야당은 민중들의 진보적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운동권은 더이상 반합법운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민중들의 정치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당체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민의식은 진보정당을 수용할 수 있을만큼 성숙해 있다는 것등이 당시 정당결성론자들의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김근태정책실장등은 그런 주장이 설득력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재야운동의 조직과 활동력 강화가 우선되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으로 맞서왔다.
당시의 논의는 결국 중앙위원회가 『전민련은 정당활동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정당참여는 개인 의사에 맡기지만 그럴 경우 전민련에서는 탈퇴해야 한다』는 것으로 절충안을 제시,마무리됐었다.
▷정당참여론 재등장◁
민자당의 출범은 전민련등 재야운동권 내부에서 또다시 정당참여론이 강력히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구민주당의 갑작스런 여당으로의 변신은 많은 재야운동가들에게 기존의 야당은 결국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민중의 요구를 반영할 진보적 정당이 필요하다는 광범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또 정당참여를 주장해온 이재오 서민련의장과 이부영상임의장 등이 석방되고 시기상조론 속에서도 진보정당 결성의 필요성 연장선으로 후퇴함에 따라 전민련의 정당참여ㆍ결성논의는 급진전됐었다.
정당참여론은 ▲평민당등 야당과 연합하는 범민주 단일정당 결성안 ▲독자적 진보정당 결성안 등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 상태였다.
전민련 자체적으로는 정당활동을 할 경우 전민련을 떠나야 한다는 지난해 9월의 결정을 번복,2중멤버십을 인정함으로써 참여론과 시기상조론 모두를 무마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의원대회에서는 농민운동과 기독교운동쪽의 대의원들이 정당참여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등 초반부터 심각한 견해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독자정당 결성안과 2중멤버십 인정 등 정당참여와 관련돼 표결에 부쳐진 안건 모두가 큰 표차로 부결됨에 따라 그 동안의 논의는 모두 백지화돼 버렸다.
▷전망◁
이번 전체 대의원대회는 출범 1주년을 맞은 전민련 내부에 얼마나 심각한 의견차이가 있는가를 확인해준 셈이다.
대회전부터 개별 주장을 담은 유인물이 나도는가 하면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을 대의원대회가 부결시키는등 내부분열과 지도력 상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평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의 정치적 이슈중심 투쟁에서 민중지원투쟁으로 운동축을 옮길 것을 결의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또 이부영씨의 의장직 사퇴에서 벌써 나타났듯이 정당참여론자들이 대량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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