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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서울 을지로 6가>|박용민<OB베어스 대표이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원래 채식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 식성이라 팀과 함께 전국을 돌다보면 제법 이름난 음식점이나 오랜 전통을 가진 음식점을 대충 한두번씩은 들락거렸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은 고기가 먹고싶을 때면 어김없이 찾는 집이 서울동대문야구장 큰길 건너 골목안 (계림극장뒤쪽)에 있는 수궁(275-0798)이라는 작은 쇠고기 구이 집이다.
내가 꼭 이집을 찾는 이유는 우선 이집 주인 김복수씨 부부와 주방장 역할을 하는 김한창씨의 정성어린 쇠고기 선택과 섬세한 칼질, 여기에 웬만한 호텔도 따르지 못할 정도의 위생관념 때문이다.
이 집 냉동실과 냉장고에는 항시 20마리분의 등심·안심·제비추리등이 준비돼있는데 이것은 모두 주인이 경기도 금촌의 소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한우를 재료로 하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는 흔히들 어느 음식점이든「그게 그거」라고 하지만 소의 선택이나 보관·칼질에 따라 맛이아주 틀리다. 이집 주인 김씨는 우선 소를 잡은 후 3일동안 냉동을 시켰다가 다시 12일동안 냉장실로 옮겨 얼린 고기를 서서히 녹인 뒤에야 손님에게 내놓는다. 그래서 이집 고기는 처음 먹을 약간 질긴 듯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쇠고기의 참맛이 구미를 더욱 당기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칼질을 할 때 나타나는 꽃무늬 모양 (일본사람들의 시모부리=상강) 은 한결 식욕을 돋운다.
이 같은 고기 외에 나오는 백김치나 갓김치·재래종 상추 등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소홀 한데가 없다. 특히 젓갈과 김씨 부부가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인 찌개는 보통의 살코기가 아닌 차돌박이만 넣고 끓여 그 맛이 일품인데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 또한 마음에 든다. 이 집 음식이 정갈하고 산뜻한 것은 이미 야구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다. 주방장을 비롯해 종업원까지도 지난 10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음식맛 외에 김씨 부부의 흐뭇한 인정까지 엿볼 수 있어 이 집을 찾을 때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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