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공기업 직원 수 DJ 때보다 11%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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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학계에선 '숨은 정부'라고 부른다. 공기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하기관을 포괄하는 '일반정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부도 민간도 아닌 '회색지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숨은 정부가 비대해지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김대중(DJ)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팀장을 지낸 한양대 김현석(경영학) 교수는 "시장 기능을 잠식하는 회색지대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숨은 정부는 자꾸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이 해야 할 일로 공기업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2006년 고속도로 건설 예산은 2조8000여억원. 5년 전의 3조7000여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기간시설 투자의 무게중심이 도로에서 항만.항공 분야로 옮겨진 결과다. 그런데도 도로건설을 목적으로 설립된 도로공사의 인원은 같은 기간 4827명에서 5238명으로 400명 정도 늘었다. 행담도.덕평개발사업 등 도공 본연의 사업인지 논란이 있는 건설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공은 1998년 이런 휴게소 개발 사업 등을 스스로 정리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렇게 사업영역과 인원을 늘려나가는 것은 대부분 공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취재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30개 공기업(포스코.KT 등 민영화한 기업 제외)의 총인원은 2005년 말 기준 7만200여 명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6만3000여 명보다 11% 늘어났다. 이는 정부산하기관에서 공기업으로 기관 성격을 바꾼 철도공사(3만여 명)를 제외한 수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강도 높은 공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공기업 인원을 일률적으로 20%씩 줄이도록 했고, 포스코.KT.국정교과서.담배인삼공사.대한송유관공사.한국중공업 등 굵직한 공기업들이 민영화됐다. 2002년엔 가스공사.인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의 민영화 법안도 통과됐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민영화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민영화 법안이 통과된 공기업의 민영화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또 공기업에 채용을 늘리도록 했다. 일자리 창출을 공기업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공기업 정책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이처럼 공기업 정책이 바뀐 결과가 숨은 정부의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숨은 정부가 커지면 감시의 사각지대만 늘어나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탐사기획 부문=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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