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말도 많은 상품권 대체 왜 만든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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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상품권이 뭔가요=상품권은 액면 금액만큼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무기명 채권이나 같습니다. 시중에는 200종이 넘는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믿고 많이 사용하는 상품권은 20종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이들은 대부분 유명 백화점이나 정유사, 또는 구두 메이커들이 발행한 것이지요.

◆현금과는 뭐가 다른가요=화폐는 국가가 액면 가치를 인정해 주지요. 그래서 화폐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와도 교환할 수 있어요.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화폐의 가치가 유지되니까요. 반면 상품권은 발행한 회사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에요. 따라서 발행사가 망하면 그 상품권은 휴지조각이 되지요. 따라서 돈과 달리 일반적인 교환 능력을 지닐 수가 없습니다.

◆기업은 왜 상품권을 발행하나요=발행회사 입장에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전에 돈을 받게 되므로 상품권 발행 자체가 부채(빚)로 남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백화점.제화점.정유업체들이 왜 상품권을 발행하는지 궁금하지요?

무엇보다 발행회사엔 미리 선금을 받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요. 돈을 미리 받아쓸 수 있다는 점이 기업으로선 큰 이점이랍니다. 물건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빨리 회수해야 다음의 투자나 생산에 투입할 수 있겠지요. 또 상품권을 보유한 사람은 그 회사의 상품과 교환할 테니 매출 촉진 효과도 거둘 수 있답니다.

◆소비자에겐 뭐가 좋나요=인터넷의 상품권 판매 사이트를 잘 활용하면 대부분의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발행사들이 미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판매상에게 할인된 값을 받고 상품권을 대량으로 넘기기 때문이죠. 액면가보다 싸게 구입한 상품권을 사용하면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또 상품권은 선물용으로도 적당하지요. 하지만 너무 싸게 파는 상품권은 가짜일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경품용 상품권은 또 뭔가요=원래 문화.레저.관광 등에 쓰이는 상품권들이 있었는데 정부가 이를 성인용 게임장에서 쓸 수 있게 허가해주면서 '경품용 상품권'으로 불리게 됐답니다. 현재 18종류가 있어요. 원래의 목적인 공연 관람이나 관광지 숙박시설 이용에는 사용되지 않고 성인용 게임장에서 도박용 칩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지요.

◆돈으로 바꿀 수 있나요=소비자가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는 없습니다. 상품권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하는 권리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다만 액면가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나머지 차액은 현금으로 거슬러 줍니다. 5000원.1만원짜리 상품권은 액면가의 80% 이상 써야 거슬러 준답니다. 경품용 상품권도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게임장에서 받은 상품권을 환전소에서 그대로 돈으로 바꾸는 것은 당연히 상품권 약관에 어긋납니다.

◆발행사가 망하면 어떻게 되나요=상품권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겠지요. 그렇다고 소비자가 발행사에 돈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부도 난 회사가 상품권 환불해줄 돈이 있겠어요?

발행회사는 이럴 때를 대비해 보증보험이라는 걸 들어놓죠. 보증보험회사가 발행사 대신 상품권을 돈으로 환불해 주도록 말이지요. 다만 여기에도 1인당 최고 30만원이란 한도가 있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경품용 상품권의 시장 규모는 4000억원 정도인데 이 중 약 2000억원을 서울보증보험에서 지급보증 해줬어요. 하지만 보증보험도 성인용 게임장 업주나 상품권 환전상에게는 환불해주지 않습니다.

◆요즘 상품권 사도 괜찮나요=일부에선 '바다이야기'사태로 경품용 상품권을 포함한 모든 상품권의 유통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현재로선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답니다. 전체 상품권 시장에서 경품용 상품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권은 백화점 상품권으로 시장점유율이 절반이 넘어요. 문화상품권이 전체 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만이 경품용 상품권이랍니다. 따라서 성인용 게임장과 관계없는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상품권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경품용 상품권 때문에 상품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에요. 실제 일부 대형 영화관에서는 1인당 1만원 이내로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를 두고 '상품권 대란'이라 하는 건 과장된 표현이랍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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