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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방탈퇴 허용 검토/최고회의 지도자들/15개 공화국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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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분리 결정은 주민투표에 맡겨/모스크바 라디오의 인쇄물 인터팍스 보도
【모스크바 로이터=연합】 소련 최고희의 지도자들은 소련의 15개 공화국들이 주민투표를 거쳐 중앙정부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초안을 상정했다고 모스크바 라디오의 인쇄물인 인터팍스가 20일 보도했다.
인터팍스는 『분리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내려질 것이며 주민투표는 각 공화국 최고회의 혹은 18세 이상 주민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팍스는 최소한 성인인구 4분의3 이상이 투표에 참가할 경우 분리에 관한 주민투표는 유효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팍스는 이 주민투표가 단순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지난달 리투아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분리문제에 관한 법안을 약속했었다.
한편 리투아니아 출신 최고회의 의원 아지디주스 비카우스카스는 국민투표를 통과하려면 전체투표수의 3분의2 이상을 득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는 『너무도 엄격한 조건』이며 받으들일수 없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소련 민족문제 해결에 중대한 전기될듯/보수파 반발 거세 최종결정까진 큰 진통(해설)
소련 최고회의가 소련 각 구성 공화국별로 주민투표를 실시,이를 토대로 연방에서 이탈ㆍ독립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했다는 소식은 앞으로 소련 민족문제 해결에 하나의 전기가 될 중대결정으로 보인다.
1백20여개의 다민족으로 구성된 초다민족국가 소련의 민족문제는 그동안 시한폭탄으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ㆍ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은 물론 소련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지적돼왔다.
소련의 민족문제는 그 성격에 있어 크게 셋으로 나눌수 있다. 첫째 반소ㆍ반러시아적인 민족운동으로 궁극적으로 소련으로부터 분리ㆍ독립을 추구한다.
발트해 연안3국의 운동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이들중 가장 급진적인 리투아니아는 이미 연방공산당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했으며,금년안으로 공화국 의회가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것이 분명하다.
다음은 소련 영토내의 영토ㆍ영역변경 요구로 20년대 소련이 각 구성공화국을 세우면서 무리하게 편입된 지역들의 반발이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사태,크림 타타르인ㆍ몰다비아인들의 영토 회복요구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ㆍ민족적 자치요구로 언어ㆍ종교ㆍ민속등 민족 고유문화 유지와 민족적 자치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민족문제에 대해 현재 소련당국은 설득과 무력진압이란 두가지 형태로 대처하고 있다.
발트3국에 대해선 설득으로,아제르바이잔엔 강경진압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 방법 모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번 리투아니아 방문에서 「새로운 연방형태」를 구성하는 헌법제정 약속으로 현지인들을 무마하려했으나 실패했고,아제르바이잔 사태도 병력투입으로 일시적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오늘날 소련은 다수민족인 러시아인에 의해 지배되는 거대한 「식민국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억6천2백만명(79년 센서스)의 전체인구중 52%를 차지하는 러시아인은 소련사회의 지배민족으로 군림하고 있다.
만약 발트해 3국이 독립할 경우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공화국에 이어 소련 제2의 공화국인 우크라이나는 독립심이 강하다. 제2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인들은 소련을 침공한 나치독일에 협력,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그후로도 비밀리에 반러시아 민족운동을 계속 벌여왔다.
우크라이나는 인구로도 4천2백만명이란 거대인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산업면에 있어서도 소련의 곡창인 동시에 주요공업 시설이 집중돼 있어 소련으로선 사활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중앙아시아 지역의 회교도 집단거주지역들도 반러시아적 민족감정이 강한 지역이며,언제 독립을 선언하고 나설지 모르는 형편이다.
소련 민족문제의 앞으로의 전개 가능성은 ①현상유지 ②각 공화국의 형식적 독립마저도 상실 ③정치ㆍ경제적 자치의 확대 ④연방해체ㆍ완전독립을 들수있다.
그동안 소련당국은 연방은 반드시 유지돼야하며 분리ㆍ독립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최고회의에 주민투표안이 상정된 것으로 보면 기존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앞으로 소련이 현재의 연방제에서 탈피,국가연합(Confederation)내지 영연방식 연방국가로 변질될 것이라는 견해를 펴고 있다. 이렇게될 경우 소련은 사실상 붕괴되고 말 것이다.
브레진스키 전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앞으로 10년안에 소비에트 연방은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흔히 지구상 마지막 남은 「식민제국」으로 일컬어지는 소련이 어떤 형태로 변해갈지 주목거리가 아닐수 없으나 이번 법안에 대한 보수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아 최종 통과까지는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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