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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야구팀 창단, 일자리 제공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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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애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반도체 제조회사인 STS반도체통신의 하해돈 대표이사(58.사진)는 청각장애인이 포함된 실업 야구팀 '휘닉스 야구단' 창설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하 대표는 5일 청각장애인 야구단을 창설하고 ,장애인 고용을 확대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받는다.

그는 청각장애인 야구단인 충주 성심학교 야부구 졸업생 5명과 비장애인 17명으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팀을 올해 결성했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는 모 통신회사의 광고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팀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청각 장애를 뛰어 넘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짠한 감동으로 전해졌었다.

하지만 4년째 단 1승도 못 거둔 성적 때문에 야구부 졸업생들의 진로는 막막했다. 야구를 더 하고 싶어도 뿔뿔이 생업을 찾아 흩어져야만 했다.

2003년부터 성심학교에 야구용품을 지원해온 이 회사는 올 3월 이 학교 야구부 졸업생 5명을 직원으로 채용, 야구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야구 연습과 경기가 없을 때는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한데 받아주는 대학이나 회사가 없어 소중한 야구의 꿈을 접는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올해 우리 팀의 성적은 5승5패1무로 회사의 단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장애인 고용에도 앞장 서왔다. 상시 근로자 883명 가운데 장애인근로자가 54명이나 된다. 지난해 말 현재 장애인 고용률이 6.1%로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률(2%)을 훨씬 뛰어 넘었다. 특히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1.39%)에 비교하면 4배를 넘는 수치다.

하 대표는 "소음이 많은 조립 라인에서 청각장애인들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배치를 통해 장애인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수화동호회와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의사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출근시간에 맞춰 깰 수 있도록 베게 밑에 두고 자는 진동형 알람시계를 청각장애인 근로자 전원에게 지급했고, 작업지시와 공지사항이 나타나는 대형모니터를 작업장 안에 설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이 회사의 장애인 근로자 이직률은 1% 미만으로 비장애인(2%)보다 훨씬 낮다.

하 대표는 "관련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여건 상 비록 적은 숫자의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이들이 회사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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