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씨 '눈물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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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는 못 갔지만 고(故) 정몽헌 회장의 산소 앞에서 울었습니다."

17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익치(사진) 전 현대증권 회장이 눈물을 흘렸다.

李씨는 "鄭회장과 사이가 나빴던 것 아니냐. 鄭회장 빈소에도 안 가지 않았느냐"는 박지원씨 변호인의 질문에 "사이가 나쁠 이유가 없다"면서 "조문을 못 간 건 말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중에 鄭회장과 정주영 명예회장 산소에 찾아갔었다"고 울먹이다 눈물을 훔치며 "두 분 산소 앞에서 울었다"고 했다.

李씨는 그러나 공판에서 "鄭회장이 처음 특검 조사 때 나에게서 박지원씨에 대한 자금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鄭회장은 실제로 돈을 요구한 김영완씨가 노출되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날까봐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면서 "특검 조사를 받으러 간 마지막 날 鄭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강명구 사장을 보내 내게 진술을 바꾸라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鄭회장의 지시로 양도성 예금증서 1백50억원을 朴씨에게 직접 전달했다"면서 "그러나 그 돈이 김영완씨 계좌에서 세탁됐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 말미에 박지원씨와 李씨는 서로 상대방이 김영완씨와 더 가까운 사이임을 주장하며 입씨름을 했다.

"李씨에게 물어볼 게 없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朴씨는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金씨와 같이 출국할 만큼 친한 사이였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李씨는 "金씨가 예비접촉에 간 건 朴씨의 부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되받았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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